시진핑(習近平) 중국 공산당 총서기(사진)가 5일간의 광둥성 시찰에서 보여준 ‘격식 파괴’가 사실은 연출된 장면이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그가 시찰 중 강조한 개혁 의지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

홍콩 명보(明報)는 시 총서기의 광저우(廣州) 둥하오융(東濠湧)박물관 참관으로 차량과 행인의 통행이 통제되고 주변 상가가 문을 닫는 등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고 12일 보도했다. 시 총서기가 만나 대화를 나눈 주민들도 대부분 현지 관원이거나 지역의 핵심 공산당원이었다. 주민들은 “후진타오(胡錦濤) 국가 주석이 지난해 8월 이곳을 방문했을 때보다 보안이 훨씬 삼엄했다”고 말했다.

시 총서기는 11일 오전 9시30분쯤 박물관에 도착해 20여분 머물다가 떠났다. 그러나 공안들은 이날 새벽 5시부터 주변 도로를 통제했다. 박물관 맞은편 아파트에는 공안들이 집안을 점거하고 경계 근무를 섰다. 인근 상가들도 강제로 폐쇄됐다. 한 상인은 “시 총서기가 떠난 후 공안에게 가게 문을 열어도 되냐고 물었지만 지역 영도자들이 남아 있어 안 된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말했다.

시 총서기는 이날 박물관 주변 휴게소에서 한 주민을 만나 악수한 후 대화를 나눴다. 시 총서기가 “광저우 시민들이 행복한 것을 보니 기쁘다”고 하자 이 시민은 “시 정부와 당 중앙에 감사한다”고 답했다. 이 시민은 현지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지난해에도 우연히 이곳에서 후 주석을 만나 악수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확인 결과 이 시민은 인근 지역 공산당원이었다고 명보는 전했다.

베이징=김태완 특파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