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조달러(약 5경2000조원).’

영국 경제주간 이코노미스트가 집계한 12일 현재 세계 국가부채 추정총액이다. 10년 전인 2003년(약 24조달러)에 비해 2배 이상 늘었다. 2008년 미국에서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로 세계 경제가 급격히 나빠지자 각국이 적극적인 재정지출로 경기 부양에 나선 탓이다. 2003년부터 2007년(30조달러)까지 늘어난 각국 국가부채 총액은 약 6조달러였지만, 2008년 이후 5년간 증가액은 19조달러에 달한다.

◆49조달러 국가부채의 시대

미국은 재정지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중앙은행(Fed)의 발권력을 동원했다. 달러를 찍어내는 Fed 등에 자국 국채를 사게 했다. 중국 등 다른 주요 국가들도 경기 부양을 위해 대형 인프라 프로젝트 등에 국가 예산을 쏟아부었다. 유럽에서는 과도한 복지가 국가부채 증가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이날 각국 부채 현황을 분석한 자료를 내놨다.

국가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100%가 넘는 ‘열등생’에는 일본 그리스 이탈리아 아일랜드 미국이 포함됐다. 일본의 지난해 국가부채는 GDP의 229%에 달한다. 하지만 일본이 발행한 국채는 대부분 자국민이 보유하고 있다. 국가 부도 위험은 낮다는 얘기다. 그리스는 지난 10년간 공공부문 임금을 50% 올리는 등 방만한 재정운영으로 국가부채가 급증했다.

재정 상태가 건전한 나라로는 러시아 호주 한국 등이 꼽힌다. 러시아의 국가부채는 지난해 GDP의 9% 수준이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로존 위기가 장기화되자 러시아 정부는 앞으로 2년간 재정을 풀어 국가부채를 2배로 늘리기로 했다. “한국 국가부채는 GDP의 30%대로 양호하지만 가계부채가 GDP의 80%를 넘어 위험하다”고 텔레그래프는 지적했다.

◆영국 프랑스 독일 총외채 많아

국가의 부도위험을 파악하는 데는 외국에 빚진 돈인 총외채가 중요한 지표다. 주요 국가 중에서는 영국의 총외채가 9조달러가 넘어 GDP의 400%에 달했다. 프랑스와 독일도 총외채가 각각 GDP 대비 160%, 140%를 넘는다.

세계 최대 채권국으로는 스위스가 꼽힌다. 스위스의 대외순자산(한 국가가 보유하고 있는 해외 자산에서 총외채를 뺀 것)은 8716억달러에 달한다. 반면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대외순자산은 약 1조4750억달러 적자(GDP의 13%)이고, 미국은 이보다 많은 4조달러 적자(GDP의 26%)다.

부채 감축을 위한 각국의 노력도 다양하다. 크게 증세와 긴축으로 나뉜다. 일본은 현재 5%인 소비세를 2015년까지 두 배로 올리기로 했다. 스페인은 매출세를 현재 18%에서 21%까지 올릴 예정이고, 3200달러 이상의 복권 당첨금엔 20%의 세금을 물리기로 했다. 그리스는 앞으로 2년간 135억유로의 재정지출을 줄이기로 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세계적으로 국가부채가 생산 증가율보다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며 “빚을 줄이기 위해 국가의 간섭이 늘고 세금이 오를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