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검색업체인 구글도 영국 등의 조세당국에 ‘괘씸죄’로 걸렸다. 스타벅스,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처럼 조세 피난처로 수익을 이전해 세금을 회피해오다 덜미가 잡힌 것이다. 그동안 주요 국가들은 투자 유치 명목으로 이들 다국적 기업의 세금 회피를 눈감아줬다. 하지만 불황 탓에 세수가 턱없이 부족해지자 태도가 돌변, 단속망을 총 가동하고 있다.

○구글, 버뮤다법인 통해 20억달러 회피

블룸버그통신은 “구글이 지난해 세계 각국의 현지 법인을 통해 얻은 수익 98억달러(약 10조6000억원)를 버뮤다 법인으로 이전해 20억달러(약 2조1000억원)에 이르는 세금을 내지 않았다”고 11일 보도했다.

버뮤다는 법인세가 부과되지 않는 지역(영국령)이다. 다국적 기업들이 페이퍼컴퍼니(가공회사)를 세워 세금을 회피하는 조세 피난처 중 하나다. 버뮤다로 흘러간 구글의 수익은 지난해 전체 세전이익의 약 80%에 해당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같은 사실은 구글의 네덜란드 법인이 지난달 제출한 문건에 의해 드러났다. 문건에 따르면 구글이 지난해 미국 이외 지역에서 벌어들인 총 수익 중 납부한 세금은 3.2%였다. 그러나 해외 구글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유럽의 법인세율은 영국이 24.0%, 프랑스가 36.1% 등 훨씬 높은 편이다. 지난해 전체 구글 매출에서 영국 법인은 11%(41억달러)를 차지했다. 하지만 영국 조세당국에 납부한 세금은 600만달러에 불과했다.

구글은 모든 세금 규정을 준수했다고 반박했다. 구글은 이날 성명을 통해 “영국의 경우 2000명 이상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고, 수천개의 온라인 사업이 성장하도록 돕고 있다”며 “런던 동부에 수백만달러를 투자해 새로운 정보기술(IT)단지도 짓고 있다”고 강조했다.

블룸버그는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호주 정부가 구글의 세금 포탈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며 “유럽과 미국에서 법인들의 탈세에 대한 분노가 촉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지난 6일 조세피난처에 대한 블랙리스트 작성 등 역내 탈세를 억제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을 공개했다. 알기르다스 세메타 EU집행위 조세담당 위원은 “세금 회피와 절세 등으로 EU는 매년 1조유로(약 1394조원)의 손실을 보고 있다”며 “규모가 클 뿐만 아니라 공정한 과세를 위협한다는 점에서 심각하다”고 말했다.

○다국적 기업 조세회피 더 어려워져

구글이 조세 회피에 활용한 방식은 ‘더블 아이리시(Double Irish)’나 ‘더치 샌드위치(Dutch Sandwich)’라고 불린다. 다국적 기업의 법인세율이 유럽 최저 수준인 아일랜드와 같은 국가에 자회사를 세운 뒤 여러 국가에서 얻은 수익을 로열티·컨설팅 비용 등의 명목으로 이들 자회사에 송금하는 방법이다.

이 같은 방식은 특히 유럽에서 자주 활용된다. 유럽에 진출한 기업들은 EU 회원국 27개국의 어느 나라에든 근거지를 둘 수 있어 특정 국가의 낮은 세율을 이용, 절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구글과 MS도 유럽 본사를 아일랜드에 두고 있다.

커피 전문업체인 스타벅스도 유사한 방법으로 세금을 줄여왔다. 스타벅스 영국법인은 특별 세제혜택을 받는 네덜란드에 유럽 본사를 두고 이곳에 상표·매장 디자인 사용료 명목으로 매출의 7%를 내왔다. 이런 방식으로 스타벅스는 영국에서 최근 3년간 4억파운드(약 700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도 법인세를 한푼도 내지 않을 수 있었다. 아마존은 룩셈부르크에 본사를 두고 있다. 룩셈부르크 정부가 디지털서비스 콘텐츠 기업들에 부과하는 세율은 3%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국을 필두로 한 유럽 각국 정부들은 앞으로 세금 회피를 용납하지 않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정위기로 인해 세수를 늘리려는 목적이 크다. 영국은 지난달 스타벅스·구글·아마존 현지법인 대표들을 의회에 소환, 세금 관련 청문회를 열었다. 프랑스는 아마존이 자국에 설립한 법인에 2억유로(약 2800억원)의 법인세를 추가로 납부할 것을 요구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