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와 자산가격 거품에 대한 우려가 다시 높아지고 있다. 경기 전망은 비관 일색이지만 옥수수 콩 등 곡물가격은 지난해보다 25~35%나 오른 상태다. 원유 가격은 큰 등락이 없지만 지난해에 비해 결코 낮은 수준이 아니다. 채권에도 돈이 몰린다. BIS(국제결제은행)는 분기 보고서에서 “모기지 채권에 돈이 몰리면서 수익률이 사상 최저치로 떨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회사채 역시 부도 위험이 높아지는 데 반해 가산금리는 낮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BIS는 경기 전망이 나쁘면 채권 수익률이 올라가는 게 상례지만 지금은 정반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며 거품 붕괴를 우려했다.

각종 거품의 단기적 원인은 미국 유럽 일본 등 주요국의 양적완화다. 무제한으로 풀어댄 돈이 자산시장으로 흘러들어가면서 이상 과열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양적완화만으로는 지난 몇 년간의 거품을 설명하기 어렵다. 또 다른 설명이 필요하다. 허구적인 ‘자원 및 에너지 고갈론’도 그 원인일 것이다. 각종 천연자원, 특히 석유가 몇 년 뒤면 고갈될 것이라는 주장은 마치 신화처럼 과거 수십년간 전 세계를 떠돌았다. 그 결과 너도 나도 원자재 사재기와 투기에 나섰고 이것이 가격 앙등으로 이어진 것이다. 그러나 <그림>에서 보듯이 전 세계 확인 석유매장량은 2011년 1조6530억배럴로 30년 전의 2.4배로 불어났다. 석유 고갈론이 터무니없는 주장이라는 증거다.

최근 수년간 셰일가스 개발에 따라 천연가스 가격은 급락세다. 거품은 결코 오래갈 수 없다. 지구 온난화라는 증명불가의 전제 아래에서 출발했던 교토의정서가 이젠 껍데기만 남은 데서도 잘 알 수 있다. 배출권 가격 급락, 신재생에너지 산업의 위축은 어쩌면 예상된 결과다. 자원 에너지 고갈론과 이에 편승했던 거품도 진실을 직면할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