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세군 자선냄비 거리 모금함에 1억원대의 수표가 등장했다. 한국구세군은 지난 9일 오후 6시25분쯤 서울 명동입구에 설치된 자선냄비 모금함에 익명의 후원자가 1억570만원권 자기앞수표를 기부했다고 10일 밝혔다.

구세군에 따르면 50대 후반에서 60대 초반으로 보이는 중년 남성이 ‘어려운 노인분들에게 꼭 써달라’며 자선냄비에 봉투를 넣었고, 자선냄비본부가 10일 오전 은행에서 모금액을 집계하는 과정에서 고액 수표와 편지가 담긴 봉투를 발견했다.

‘신월동 주민’이라고만 밝힌 편지(사진)에는 “평생 부모님은 이웃에게 정도 많이 주시고 사랑도 주시고 많은 것을 나눠주셨다. 그러나 호강 한 번 못하시고 쓸쓸히 생을 마감하셨다. 부모님의 유지를 받들어 작은 씨앗 하나를 구세군의 거룩하고 숭고한 숲속에 띄워보낸다”는 글이 적혀 있었다.

구세군은 이 후원자가 지난해 12월4일 구세군 거리모금 사상 최고액인 1억1000만원을 쾌척한 사람과 동일 인물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홍봉식 구세군 홍보부장은 “지난해에도 60대 초반의 남성이 명동 우리은행 앞에서 ‘거동이 불편하고 소외된 어르신들한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는 내용의 편지와 함께 자선냄비에 수표가 든 봉투를 넣었는데 기부자의 나이와 편지 내용, 필체 등으로 볼 때 같은 사람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모금을 진행하던 홍선옥 구세군 사관학생은 “좋은 곳에 쓰겠다며 인사를 하고 보니 그 분은 이미 택시를 타고 계셨다”며 “이렇게 큰 액수를 기부하신 얼굴 없는 천사를 직접 봤다는 것에 무한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구세군 자선냄비에는 지난 2일에도 익명의 기부자가 후원계좌로 1억원을 보내오는 등 온정이 이어지고 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