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경제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올해 유럽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판매 부진을 겪었다. 지난해 대지진 악몽에서 벗어난 일본 도요타자동차는 미국 제너럴모터스(GM)를 잡고 세계 1위 자리를 탈환했다. 현대·기아자동차는 글로벌 판매 확대를 통해 성장세를 이어갔다.




유럽시장, 경기 위축에 차 안팔려···프랑스, 한국차 수출 규제 요구

올 들어 10월까지 유럽시장의 자동차 수요는 103만 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3% 감소했다. 푸조(-12.3%) 르노 (-18.2%) GM(-12.7%) 포드(-12.4%) 피아트(-16.3%) BMW(-2.1%) 다임러(-2.7%) 등 주요 업체들의 판매는 전년 대비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섰다.

자동차 판매가 줄자 일부 업체들은 감산에 들어갔다. 포드자동차는 유럽 내 손실 증가로 벨기에 공장을 폐쇄하기로 했다. 경영난을 겪고 있는 푸조는 프랑스 정부로부터 10조 원(70억 유로)의 구제금융을 지원 받았다. 피아트는 이탈리아 내 생산·판매 부문에 대한 신규 투자를 중단하기로 했다.

프랑스 정부는 지난 8월 한국산 자동차 수입이 50% 급증했다는 점을 들어 유럽연합(EU)에 한국차의 대(對) EU 수출 '우선 감시'를 요청하기도 했다. 프랑스 자동차 업체들이 한국차 때문에 타격을 받아 추가 감산과 감원을 해야 한다는 것. 하지만 프랑스에서 현대·기아차 등 한국 브랜드로 판매된 자동차 중 한국에서 생산된 비율은 12%에 불과해 프랑스 자동차산업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주장은 설득력을 잃었다.

◆일본차 부활, 도요타 세계 1위 복귀

지난해 동일본 대지진 피해로 부진했던 도요타, 혼다, 닛산 등 일본차 업체들은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올 한해 두드러진 실적을 달성했다. 도요타 판매량은 올 1~11월에 전년 동기 대비 29% 늘었다. 혼다와 닛산도 각각 24%, 11% 증가했다. 시장 점유율도 지난해 29.9%에서 올 들어 32.1%로 회복됐다.

도요타는 올 상반기 글로벌 시장에서 전년 대비 34% 증가한 497만 대를 팔아 3% 성장에 그친 GM(467만 대)을 제치고 1위 자리에 복귀했다. 또 3분기(7~9월)에는 18% 증가한 243만 대를 판매하면서 올 1~9월 누적 판매대수는 전년보다 28% 증가한 740만 대를 달성했다. GM은 유럽지역 판매량의 70%를 차지하는 독일 자회사 오펠이 판매 부진에 빠져 도요타에 역전을 허용했다.

하지만 도요타 등 일본 업체들은 올 하반기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분쟁에 따른 일본차 불매 운동으로 중국 내 판매량이 전년 동기보다 20% 이상 감소했다.

◆현대·기아차, 성장 지속···글로벌 700만 대 목표 '이상무'

현대·기아차는 유럽발 재정위기와 글로벌 경기회복 지연에도 700만 대 판매목표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국내외 판매는 651만 대(현대차 401만 대·기아차 250만 대)로 전년 동기(599만 대)보다 8.7% 증가했다. 내수 판매는 104만대로 작년보다 3% 감소했으나 미국(+12%) 유럽(+12%) 중국(+12.7%) 등 해외 판매 확대를 통한 실적 상승을 이뤄냈다.

한경닷컴 김정훈 기자 lenn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