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싸이(본명 박재상·35·사진)가 과거에 부른 ‘반미(反美) 노래’가 미국에서 논란을 빚고 있지만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싸이가 공연하는 행사에 예정대로 참석하기로 했다.

백악관은 8일(현지시간) 오바마 대통령과 미셸 오바마, 그리고 두 딸 말리아와 사샤가 9일 워싱턴D.C. 국립건축박물관에서 열리는 ‘크리스마스 인 워싱턴’ 공연에 관례에 따라 참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 케이블채널 TNT가 주관하는 이 자선모금 행사는 올해 31회를 맞는다. 대통령을 비롯해 유명 인사들이 대거 참석한다.

백악관 관계자는 “대통령이 콘서트에 참석하는 것이 전통이고 출연진 선정 등에 전혀 관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TNT 측도 행사 홈페이지 등에서 ‘강남 스타일’로 세계적 인기를 얻은 싸이가 예정대로 공연할 것이라고 밝혔다. 백악관은 아울러 청원사이트에 올라온 싸이를 이벤트에 초청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글을 삭제했다. 사이트 관리자는 “이 글이 특정인을 적대시해서는 안 된다는 조건과 정책을 위반했다”고 삭제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 7일 미 언론들은 싸이가 2002년 주한 미군 반대 집회에서 반미 퍼포먼스를 했으며, 2004년에는 “이라크인을 고문하고 죽이는 미군과 그 가족을 고통스럽게, 천천히 죽이자”고 선동하는 랩을 했다고 보도했다. 일부 네티즌 사이에선 “반미가수 싸이를 퇴출해야 한다”는 등의 목소리가 나왔다.

싸이 측은 즉시 영문 보도자료를 내고 “선동적인, 부적절한 언어를 썼던 것에 대해 깊이 후회하고 있다. 내가 쓴 단어들로 말미암아 상처받은 모든 분께 사과한다”고 말했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