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역 유일한 전국 모집 자율형 사립고로 2010년 출범 당시부터 주목을 받았던 하나고가 첫 입시에서 고3 재학생 절반을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에 보내는 데 성공했다. 지난 8일 발표된 수시 최초 합격자만 집계한 것으로 추가 합격과 정시까지 진행하면 주요 대학 진학 비율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도쿄대 전액 장학금 합격생도

9일 하나고에 따르면 2013학년도 입시에서 고3 재학생 200명 중 서울대 43명을 포함해 KAIST 연세대 고려대 등 명문대 수시 전형에 100여명이 합격했다. 오는 18일까지 진행되는 미등록 추가 합격과 이후 정시 모집까지 합치면 이 숫자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사회적 배려 전형으로 입학한 학생 등 소외 계층 학생들의 명문대 진학은 하나고가 설립부터 내세운 ‘공교육 정상화에 기여하겠다’는 목표를 달성한 부분으로 평가된다. 서울대 합격 43명 가운데 5명은 3년 전 사회적 배려 대상자로 하나고에 입학했다. 아버지 사업이 중·고교를 다니면서 두 번이나 부도가 나 어려움을 겪었던 박모군은 일본의 수능시험인 센터시험에서 전국 최상위권의 성적을 올려 도쿄대 자연계열에 4년 전액 장학금을 받고 합격하기도 했다.

다만 서울대 합격생이 유난히 많은 것에 대해선 전원 입학사정관제로 뽑는 서울대 수시 모집 방식과 하나고 교육이 잘 들어맞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또 학과별로 재학생들이 중복해서 지원하지 않도록 유도하는 학교 차원의 입시 전략도 있었다는 후문이다.

하나고는 김승유 이사장(전 하나금융 회장·사진)의 ‘체덕지(體德知)’ ‘1인2기’ 등의 교육 철학을 실현하는 교육 방식으로 화제를 모았다. 학생 전원이 기숙사 생활을 하며 주말 외출도 월 1회만 가능해 사교육을 받지 않도록 했다.

문·이과 계열 구분이 없고 학년이 아닌 실력에 따라 구성된 학생별 시간표로 수업을 듣는다. 수학, 경제학 일부 과목의 경우 대학 수준의 심화 과정 수업도 개설돼 있다. 학기별로 배분된 과목을 배우는 일반학교와는 달리 이곳에선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수업을 구성할 수 있도록 특정 학기에 집중적으로 가르치는 집중이수제를 도입했다.

○“학생 스스로 공부하는 환경”

하나고는 2010학년도 고입에서 7.4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해 민족사관고(5 대 1), 대원외고(2.4 대 1) 등을 크게 앞질렀다. 외고 입시에서 영어 구술 면접이 없어지면서 외고 인기가 주춤하기 시작한 시기에 서울지역 유일한 전국 단위 자사고라는 장점이 부각돼 인재들이 대거 몰린 것이다. 외고에 비해 과학고 모집 인원이 적어 딱히 갈 곳이 없는 자연계열 희망 우수 학생들을 많이 받았다.

우수한 학생들을 많이 받았지만 신생 학교인데다 학생들에게 공부 외에 다양한 활동들을 많이 시키기 때문에 입시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까에 대한 의구심이 적지 않았다.

학생들은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방과 후에 저녁식사 전까지는 검도 축구 등 11개 체육과 가야금 바이올린 등 24개 음악, 사진 등 7개 미술 가운데 한두 가지를 선택해 수업을 받는다. 70여개 동아리를 중심으로 체육대회, 축제, 1인2기 발표회, 국제학술심포지엄, 학술제 등 1년 내내 다양한 행사도 진행한다.

김진성 하나고 교장은 “공부와 동아리 활동, 각종 행사까지 학생들 스스로 계획을 짜고 실행하는 환경이 갖춰졌다는 것이 좋은 진학 성적을 낸 근본적인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고3들은 2학기부터 학교 활동에 자율적으로 참여하도록 했지만 전원이 9월 체육대회까지 참여하는 등 학생들이 스스로 자기 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다”고 전했다.

강현우/김일규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