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토론 참가 자격을 여론조사 지지율 15% 이상인 후보자로 제한하자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갈등이 일고 있다. 새누리당의 발의에 대해 민주당은 소수의 의견을 무시하는 발상이라며 반론을 펴는 양상이다. 그러나 TV토론 문제를 소수자 보호 문제로 인식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정당정치의 성숙이나 건전한 토론 진행, 그리고 유권자들의 선택 가능성이라는 면에서도 그럴 것이다.

헌법 재판소는 이미 TV 토론에서 군소후보를 제한하는 것은 합헌이라는 판단을 여러 차례 내린 바 있다. 무차별적 기회균등이 능사는 아니라는 판단이었던 것이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TV토론회 참가 기준을 지지율 5% 이상이거나 소속 국회의원 수가 5명 이상인 정당의 추천을 받은 후보로 정해 15년째 유지하고 있다. 이 기준에도 나름의 논리성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소수자 보호만을 주장한다면 모든 후보들이 참가하는 토론회를 열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이런 조건이라면 지지율의 등가성이나 토론의 실효성은 물론이고 무엇보다 제도화된 정당 정치가 무력화된다. 더구나 이번 종북 후보자의 경우처럼 헌법적 가치조차 무시하는 후보자라면 소수 의견이라는 이유만으로 이를 보호해야 하는지도 의문이다.

미국은 여론 조사 지지율 15% 이상인 후보에 한해 TV토론에 참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첫 TV 토론이 열린 1960년에는 무려 15명의 후보가 대선에 출마했지만 미국 의회는 군소후보들의 참여를 제한했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케네디와 닉슨 간 네 차례에 결친 유명한 토론이다. 제도화된 정치는 그것을 뒷받침하는 제도에 의해 강화된다. 아무나 토론에 뛰어들어 웅변으로 정치판을 뒤집는 식의 정치는 좋은 정치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