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에 10억5000만달러를 배상하라는 미국 배심원단의 평결이 뒤집어질까.

6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연방 북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최종 평결불복법률심리(JMOL)에서 루시 고 판사가 애플이 주장한 특허 일부에 “분명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고 지적함에 따라 평결 내용이 일부 수정되거나 취소될 가능성이 커졌다. 고 판사는 화면을 두 번 두드려 확대하는 ‘탭 투 줌’ 기능과 관련된 특허(163 특허)에 대해 삼성전자 측 변호사가 “유효하지 않다”고 주장한 것에 수긍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허 평결 모호하다”

고 판사는 이날 심리에서 애플이 보유한 163 특허가 모호하다(indefinite)고 지적했다. 그는 “이 특허에 대한 삼성의 논증이 설득력이 있다고 본다”며 애플 측에 “163 특허가 모호하지 않은지 보여줘야만 한다”고 말했다.

지난 8월 평결 당시 배심원들은 삼성전자의 갤럭시S2, 갤럭시탭 등 13개 제품이 163 특허를 침해했다고 결론을 내렸다. 법원이 삼성전자의 제품들이 이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고 인정하면 10억5000만달러로 정해진 배상액은 줄어들게 된다.

배심원들의 배상액 산정이 잘못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고 판사는 “평결만 봐서는 배상액이 어떻게 책정됐는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배심원들은 평결 당시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갤럭시 프리베일이 소프트웨어 특허만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디자인 특허까지 침해했다고 결론을 내렸던 다른 제품들과 마찬가지로 이익금의 40%를 적용해 5786만달러의 배상액을 매겼다.

이 사례를 두고 고 판사는 “배상액 산정에 실수가 있고 이 같은 배상액은 법적으로 인정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애플 측 변호사는 “삼성은 애플의 최대 부품 공급업체이기 때문에 제품에 대한 문서를 삼성에 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삼성전자가 물어야 할 배상금을 늘리는 한편 특허 침해가 결정된 26개 제품에 대해 판매금지 조치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 측은 이에 대해 “26종 가운데 23종은 이미 미국에서 판매되지 않고 있고, 판매되는 기종들도 디자인 우회 등으로 (애플 특허를) 침해하지 않아 판매금지는 부당하다”고 반박했다.

○‘배심원 비행’은 영향 없을 듯

배심원장이었던 벨빈 호건이 삼성전자와 우호 관계인 시게이트와의 소송에 연루됐던 사실을 밝히지 않은 것은 최종 판결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고 판사는 심리 중반에 삼성전자가 ‘배심원 비행’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자 “이미 충분히 들었다”고 제지했다. 말미에 존 퀸 삼성 측 변호사가 이와 관련된 이슈를 다시 제기하자 고 판사는 “호건은 시게이트에서 일한 것을 이미 공개했다”며 “왜 배심 선정 때 시게이트와 그의 관계에 대해 묻지 않았느냐”고 되물었다. 이어 “가능한 한 빨리 이에 대한 명령을 내놓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애플 “합의 불가”

고 판사는 최종심리 막판에 양측 변호인들을 향해 “언제 이 사건을 해결할 것이냐”라며 합의를 권고했다. 협상을 통해 분쟁을 끝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애플 측 변호사인 헤럴드 맥엘히니는 “10억달러가 넘는 배상 평결을 받았는데도 이들(삼성전자)을 저지하는 데 충분하지 않다”며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는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강변했다.

삼성 측 찰스 버호벤 변호사는 “애플이 시장이 아닌 법정에서 경쟁을 추구하고 있다”며 “공은 애플 쪽에 넘어가 있다”고 말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