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그동안 금지해왔던 천연가스 수출을 승인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셰일가스 개발로 미국 내 공급량이 크게 늘자 남는 물량을 내다파는 것이 경제적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세계 최대 에너지 수입국인 미국이 수출국으로 변신하는 중대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미국 에너지부 산하 에너지정보청(EIA)은 6일(현지시간) 분석보고서를 통해 “미국 내 남아도는 천연가스를 비축하기보다는 해외에 수출하는 것이 경제에 더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유럽, 아시아 등으로 천연가스를 수출하면 미국 내 천연가스 가격이 오르겠지만 수출을 통해 얻는 이익이 더 클 것으로 분석했다. EIA는 미국이 2027년까지 하루 평균 40억입방피트의 천연가스 수출 여력이 있는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미국 천연가스 소비량의 6.6% 수준이다.

셰일가스 시추 기술 등이 발달해 최근 2년간 미국 내 천연가스 공급은 크게 늘었다. 공급이 늘자 가격은 급락했다. 미국 천연가스 가격은 지난 4월 10년 만에 1000입방피트당 1달러대로 추락하기도 했다. 가격 급락으로 수익성이 떨어지자 가스 생산업체들은 남아도는 천연가스를 수출할 수 있게 허용해 달라고 미국 정부에 요청했다.

미국 정부는 EIA에 수출 타당성 연구를 의뢰했고, 이번에 수출 허용이 미국 경제에 긍정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온 것이다.

미국 에너지부는 “천연가스 수출 허용 여부를 결정하는 데 EIA의 연구 결과를 핵심 자료로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과 CNN머니 등 외신들은 미국 정부가 조만간 엑슨모빌 등 가스 생산업체들의 천연가스 수출을 승인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미국 정부가 쉽게 수출을 승인하지 못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정치적인 부담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물론 미국 제조업체, 환경단체 등은 천연가스 가격 상승과 무분별한 개발을 우려해 수출에 반대하고 있다. 천연가스 등 에너지 가격 하락 덕분에 되살아난 제조업이 다시 위축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앤드루 리버리스 다우케미컬 최고경영자(CEO)는 “천연가스 수출을 승인하면 비용 상승으로 미국 기업들이 경쟁력을 잃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천연가스 수출을 둘러싼 찬반 양론이 팽팽하게 대립하자 EIA는 당초 올해 초 예정했던 연구 보고서 발표를 두 차례 연기하기도 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