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기야 올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1%로 추락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1분기(0.1%) 이후 최악이다. 3분기가 나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고 한국은행조차 놀라는 상황이다. 정부가 기대하는 올 성장률 3%는 물론, 한은의 예상치 2.4%를 달성하는 것은 이미 물건너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으로 나아질 것이란 징후도 보이지 않아 경기 바닥이 언제일지 깜깜하다.

기업들이 일할 의욕을 잃어가고 있는 게 더 큰 문제다. 3분기 설비투자가 전 분기보다 4.8%나 줄며 2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이나, 한은이 조사한 기업 경기실사지수(BSI)가 11월과 12월 3년 반 만에 최저치로 떨어진 것이 모두 그런 신호다. 기업의 도전정신과 경영인들의 기업가정신이 사그라지고 있다는 경고다. 대외경제 상황이 나빠서만이 아니다. 대외여건이 최악이었던 지난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한번 해보자는 불굴의 의지로 위기를 돌파했던 기업들이다. 성장을 부정하고 투자를 업신여기는 정치권의 경제민주화가 지금의 암담한 상황을 초래한 것이다. 투자하지 않고 고용을 늘리겠다는, 말도 안 되는 궤변이 기업의 사기를 꺾고 있다. 주요 해외기관들이 한국에 대해 L자형 장기침체를 경고한 지 이미 오래다. 이대로 가다간 성장이 아예 멈춰설지도 모를 판이다.

세계경제를 돌아보면 저성장 징후들뿐이다. 유럽은 재정위기가 언제 끝날지 몰라 제로성장 내지 마이너스성장을 거듭할 것이란 전망이고 미국은 아직 경기회복 신호가 약하다. 중국도 경착륙에 대한 경고가 잇따르는 등 BRICs 국가들조차 성장동력을 상실했다는 지적이다. 미국 영국 등 주요 국가들이 감세를 비롯한 갖은 특혜를 주면서 해외로 나갔던 자국 기업들을 불러들이고 다른 나라에 터를 잡고 있는 해외기업을 유치하려고 애를 쓰는 이유다. 정치권은 정녕 경제를 망치겠다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