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상훈 동양종합식품 회장(48)은 학군장교(ROTC) 25기 출신이다. 1987년 소위로 임관한 그는 당초 군대에 ‘말뚝(장기 복무)’을 박을 생각이었다. 스스로 군 체질이라고 여긴 데다 2남2녀 중 차남이어서 가업을 이어받을 것이란 생각은 꿈도 꾸지 않았다.

하지만 모범생에다 수재형인 형은 경영에 관심을 갖지 않았다. 그가 가업을 이을 후계자가 된 까닭이다. 강 회장은 아버지의 부름을 받고 군에서 전역한 다음날 동양종합식품에 입사했다. 그는 입사한 뒤 작업장을 청소하는 일부터 시작했다. 생산과 영업 현장을 돌면서 기업 생태계 구석구석을 배워나갔다.

동양종합식품은 1975년 6월 부친인 강봉조 전 회장이 창업했다. 식품유통으로 시작한 이 회사는 1983년부터 과자 사탕 등 과자류 생산으로 방향을 틀었다. 1988년부터는 햄버거 패티 등 육가공 식품을 생산해 군부대에 납품하기 시작했다. 2005년 강 전 회장이 지병으로 갑작스럽게 별세하면서 강 회장이 창졸간에 최고경영자(CEO)에 올랐다.

경영수업을 잘 받았지만 부친의 갑작스러운 사망은 그에게 새로운 도전을 안겨줬다. 회사를 잘 추스르는 것도 필요했지만 상속세 납부 통지서가 그를 더 괴롭혔다. 15억원의 상속세가 부과된 것. 당장 납부할 돈이 없었다.

강 회장은 본인 소유의 부동산을 팔고 세무서에 주식을 현물 납부해 겨우 충당할 수 있었다. 그는 “가업승계자는 기본적으로 기업을 팔 생각이 없기 때문에 많은 상속세는 큰 부담”이라며 “심지어 설비, 원자재, 재고 등 경영을 위한 자산에까지 세금을 물린다”고 하소연했다.

가업 승계를 바라보는 사회의 따가운 시선도 그의 어깨를 짓눌렀다. 회사를 물려받았지만 곧바로 금융권의 거센 압박을 받았다. 어느날 자신도 모르게 회사의 신용등급은 두 단계나 떨어져 있었고, 이자까지 올라 있었다.

이처럼 부친 사망 이후 불어닥친 경영 위기 상황에서도 강 회장은 흔들림 없이 회사를 지켜냈다. 그는 “‘위기엔 침착하되 의사 결정은 전광석화처럼 빠르게 하라’는 선친의 경영 방침을 그대로 따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강 회장은 CEO가 되면서 안전운행하던 선친과 달리 경영의 패러다임을 바꿔나갔다. ‘공격경영’의 깃발을 올린 것이다.

그는 공격경영을 통해 제2의 도약을 이끌자며 임직원들을 독려했다. 2007년 위생관리 시스템을 향상시키고 업무 효율화를 위해 160여억원을 들여 경북 영천시 금호읍에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의 최신 설비와 자동화시스템을 갖춘 공장을 준공한 게 이런 변화의 한 상징이다.

기존 경산과 합천의 생산라인과 품목도 정비했다. 2008년에는 세 가지 비전을 발표했다. 2015년까지 매출 500억원을 달성하고 오로지 식품 분야에만 집중할 것. 또 사회에 봉사하는 기업을 만든다는 것이었다. 최근에도 육가공냉동식품을 론칭하기 위해 시설 투자에 20억원을 쏟아부었다.

강 회장은 “군부대 등 관급(80%)뿐 아니라 민간으로 시장을 확대하고 그에 맞게 올 연말 홍게너겟과 육가공냉동식품 등 신제품이 출시되면 충분히 달성할 수 있는 목표”라고 강조했다. 이런 노력의 결과 육가공 부문 군납시장에서 15%의 점유율로 1위를 달리고 있다. 시장과 제품군이 확대되면서 작년 매출이 CEO를 맡은 7년(150억원) 전보다 두 배 가까이 늘어 257억원을 기록했다. 회사 직원도 60여명에서 120명으로 늘었다. 올해는 300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사업해서 돈 벌면 쓸 곳이 정말 많더라”고 얘기하는 강 회장. 인근의 거여초등학교 전교생에게 지난 4년 동안 ‘1박2일’ 수학여행을 전액 지원했고 푸드뱅크 등을 통해 주변에도 늘 마음을 쓰며 선행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조만간 부친의 이름을 따서 장학재단도 만들 계획이다.

강상훈 회장은 △1964년 경남 사천 출생 △1987년 대구대 사범대 졸업 △1989년 동양종합식품 입사 △2000년 금탑산업훈장 수상(대통령) △2005년 대표이사 취임 △2007년 우수가업승계 기업인 선정 △2005년 한국육가공업협동조합 이사장(현) △2008년 한국가업승계기업협의회 회장(현)

영천=김덕용 기자 kimd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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