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회사 영업, CPA시험준비…자격증만 20개
대학 졸업후 4년 동안 취업 고난기
어려웠던 주택보증 필기 고시공부 덕에 무난히 통과
아는 사람 천명에게 홍보…세계가 다 아는 회사 만들겠다
30살·지방대·학점 3.8(4.5 만점), 게다가 연이은 공인회계사(CPA) 자격시험 낙방…. 내세울 것 하나 없었지만 오직 성실함으로 살아온 그를 신(神)은 외면하지 않았다.
“면접장에서 ‘그 나이가 되도록 뭐했냐’ ‘우리 회사와 맞는 경력이 없다’는 이유로 수없이 취업문턱 앞에서 좌절했습니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 때 허정무 감독은 선수들에게 ‘파부침주(破釜沈舟:솥을 부수고 배를 침몰시킨다는 말로 죽기를 각오하고 싸운다는 의미)라는 사자성어를 남겼습니다. 지금 제 심정이 허 감독의 마음입니다. 대한주택보증 입사를 위해 죽을 각오로 임했고 입사해서도 죽을 각오로 일하겠습니다.”
절실함이 가슴에 사무친 서른 살 청년 문철 씨는 올초 대한주택보증 최종면접에서 ‘배수의 진’을 쳤다. 2008년 2월 대학(부산의 경성대 경영학과) 졸업 후 4년은 그를 더욱 성숙하게 했고 치열함을 안겨줬다. “나이만큼 다양하고 쓰라린 경험을 했죠. 하지만 아픈 만큼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 같아요. 절대 포기하지 마세요. 젊음을 투자하면 더 큰 무대를 경험하게 될 겁니다.”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대한주택보증 본사에서 만난 문씨는 ‘자신의 주민번호 뒷자리와 수험번호가 같았다’며 대한주택보증과 천생연분임을 강조했다. 현재 문씨는 서울관리1센터 보증이행 1팀에서 보증사고 사업장의 기초자료와 하도급업체 현황조사를 하고 있다.
◆대학졸업 후 딴 자격증만 20개
문씨는 중학교 1학 때부터 신문을 배달했다.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셔서 어머니를 돕기 위해 시작했지만 제겐 좋은 경험이었어요. 새벽공기를 마시며 하루를 여는 기분을 알게 됐죠. 다른 친구들은 느끼지 못했던….”
대학에 입학해서는 기독교 동아리에 가입, 회장을 맡으며 팀원들을 통솔했고 커닝 추방운동에 앞장섰다. 또 회계학을 복수전공하면서도 꾸준히 높은 학점을 유지했다. 4학년 때는 계속 4점대를 받았다.
대학졸업 후에는 각종 자격증을 20개나 땄다. 자산관리사(FP), 개인종합재무설계사(AFPK) 등 금융 자격증 뿐 아니라 소형선박 조종사, 동력수상레저기구 조종사 등 종류도 다양했다. “졸업 후 취업할 때까지 시간이 났을 때 나태해지지 않기 위해 따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저와의 약속이었던 셈이죠.”
◆CPA·세무사…취업 위한 몸부림
대학졸업 후 문씨는 한 금융회사의 계약직 영업사원으로 일하기도 했다. 처음 한두 달은 매월 600만~700만원 정도의 돈을 손에 쥘 정도로 영업력을 발휘했다. 하지만 얼마 안가 인맥이 바닥났고 들어오는 돈은 월 100만원에 그쳤다.
영업직의 고단함을 맛본 문씨는 안정적인 곳에서 일하고 싶은 마음에 그만뒀던 CPA 시험을 다시 준비했다. 하지만 CPA는 쉽지 않았다. 주변 선배의 권고로 세무직 공무원 공부. 그러나 이마저 어려웠다.
또 한 번의 1년이 흘렀고 2011년, 그의 꿈이었던 공기업 ‘한국수자원공사’ 인턴 모집공고가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문제는 토익 점수였다. 750점도 안 되는 그의 토익 점수는 공기업 입사에 걸림돌이었다. “두 달 동안 토익 문제집 두 권을 탐독했어요. 듣기 공부는 걸어 다니면서 틈틈이 했죠. 틀린 부분을 꾸준히 복습한 덕에 단기간에 100점 이상이나 오르더라고요.”
그렇게 한국수자원공사에 인턴으로 입사한 그는 야근도 불사하며 밤 10시 퇴근을 자청했다. 정규직 전환의 꿈을 안고 매일 밤 인·적성 및 전공시험 준비를 했다. 드디어 필기시험에 합격. 하지만 면접에서 고배를 마셨다. “나이 30살에 인턴하는 것도 서러운데 좋은 기회를 날렸다고 생각하니 무척 힘들더라고요. 회계사 공부며 공무원 7급까지 준비한다고 걱정을 끼친 것 같아 가족 앞에서 고개를 들지 못했어요.”
◆최종면접 전 한강다리 위의 다짐
쓸모없을 것 같았던 그의 시험준비 경험은 대한주택보증 필기시험에서 빛을 발했다. 당시 시험문제의 난이도가 무척 어려웠는데 회계사와 CPA 준비를 하면서 쌓은 지식으로 무난히 통과했던 것이다. 그에게 1차면접의 기회가 주어졌다. “1차면접은 프레젠테이션(PT)과 심층면접 토론면접으로 구성됐는데 PT면접은 시간을 재가며 끊임없이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며 준비했어요. 토론면접은 교회 임원 경험으로 회의 때 토론을 주도했던 만큼 자신있었죠. 심층면접은 기본적인 질문 위주여서 어렵지 않았습니다.”
1차까지 통과하고 2차 임원면접을 보기 위해 다시 한 번 서울로 올라온 그는 여의도의 대한주택보증 본사에 가기 전 한강을 보며 뛰어든다는 마음으로 면접에 임했다. 하지만 면접장에서 만난 다른 지원자들의 화려한 스펙은 그를 더 힘들게 했다. “토익 960점은 기본이고 해외연수 경험, 공공기관 재직자까지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있더라고요. 안 되겠다고 생각했죠. 질문도 많이 받지 못해 확실히 떨어질 거란 생각을 했습니다.”
2차면접 때는 ‘헌법 113조를 아나’ ‘경제 1.0~4.0을 설명하라’ ‘회사의 비전과 미션에 대해 설명하고 자신이 왜 적합한지’ 등 다양한 질문이 쏟아졌다. 그리고 면접장을 나오기 전 그는 담담하게 입사 후의 포부를 밝혔다. “학교, 교회, 동아리를 통해 제가 아는 사람 1000명에게 우리 회사를 알리겠다고 했어요. 그럼 이 사람들도 친구들에게 대한주택보증을 알려 1만명으로 늘어나겠죠. 그렇게 전 세계에 대한주택보증을 알리겠다고요. 나중에 보니 사장님이 이 대답을 특히 마음에 들어하셨다고 전하더라고요.”
문씨는 기자와 인터뷰를 마치며 지난 4년간 자신의 취업을 위해 기도해준 여자친구와 올 연말에는 꼭 결혼하고 싶다고 밝혔다. 아직 따지 못한 CPA 공부 역시 계속할 거라고 말했다.
“제가 입사에 성공할 수 있었던 건 물심양면으로 애써 준 가족과 여자친구 덕분이었죠. 그 덕에 목숨을 걸 각오로 준비했으니까요. 제 꿈이 재무 쪽에서 일하는 것이니만큼 관련 공부도 꾸준히 할 거고요. 꿈이 모두 이뤄졌으면 좋겠네요.”
대한주택보증은…
대한주택보증(사장 김선규)은 주택건설 관련 각종 보증을 통해 주택분양 계약자 및 입주자를 보호하고, 국민의 주거복지 향상과 균형 있는 국민경제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주택법에 근거, 1993년 설립됐다. 설립 이후 367만가구에 대한 분양보증과 288만가구 하자보수보증 등 543조원 보증을 통해 분양계약자의 재산권을 보호해 왔다. 현재 341명의 직원이 서울을 비롯한 대전 대구 부산 광주지점 등에서 근무하고 있다. 자본금은 3조여원.
지난해 PT면접 주제
1. 긴급조치권 발동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피력하시오.
2. 우리나라의 다문화 정책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피력하시오.
3. 여성가족부의 금지곡 결정에 대한 본인의 입장을 피력하시오.
공태윤 기자·이도희 한경잡앤스토리 기자 tru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