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우량 건설사 중 회사채 발행 막차에 탄 포스코건설이 결국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다.

지난 4일 이뤄진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기관투자자들이 신청한 유효 수요가 전체 발행 규모의 20%에 그쳐 건설업종 리스크를 극복하지 못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포스코건설이 오는 11일 발행 예정인 총 3000억원 규모의 제 49-1~3회차 사채에 대해 기관을 대상으로 수요 예측을 진행한 결과, 1년물 회사채에 대해 5건(500억원), 3년물 회사채에 대해 1건(100억원) 등 총 600억원 규모의 유효수요가 신청됐다. 그러나 5년물 회사채의 경우 투자하겠다고 밝힌 기관투자가는 나타나지 않았다.

이에 포스코건설은 49-1~3회차 채권의 국고채 가산금리를 각각 희망 금리밴드 상단인 0.40%포인트(49-1회·1년물), 0.53%포인트(49-2회·3년물), 0.63%포인트(49-3회·5년물)로 결정했다. 이에 각 회차의 권면이자율은 각각 3.20%, 3.37%, 3.54%이며, 발행 규모는 각 회차별 1000억원씩이다.

연말을 앞두고 회사채 발행이 진행되면서 계절성이 부담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와 함께 시장 희망 대비 낮은 수준의 금리 산정이 흥행 부진을 불렀다는 분석이다.

포스코건설 측은 "수요 예측이 12월에 진행되면서 많은 투자자가 이미 자금 집행을 마무리했다는 점, 건설업에 대한 걱정으로 신속한 투자의사결정이 어렵다는 점 등으로 수요예측이 다소 저조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포스코건설이 최근 회사채 발행에 나선 같은 수준의 신용등급 건설사들 중에서는 선전했지만 건설사 리스크를 극복하지는 못했다고 진단했다.

앞서 회사채 발행을 추진한 건설사들이 잇따라 흥행에 실패하면서 포스코건설이 1년물 채권을 발행, 포석을 깐 효과가 나타났지만 3년물과 5년물에 대한 시장의 싸늘한 반응은 여전했다는 지적이다.

이번 유효수요도 최근 1년물과 3년물 금리차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 향후 금리 상승기에 손실을 줄이기 위해 1년물에 대한 수요가 늘어 상대적으로 희소성이 부각된 덕이라고 선을 긋는 의견도 제시됐다.

한 회사채 분석 담당 연구원은 "포스코 계열사라는 후광이 제대로 작용하지 못했고, 건설사에 대한 시장의 위험회피 현상이 이번에도 작용했다"며 "1년물 회사채의 경우 기간이 짧아 시장에선 채권이라기보다는 어음에 가깝게 받아들여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요가 미달됐다"고 말했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 역시 "포스코건설이 건설사 리스크를 극복하기 위해선 추가적인 금리를 제시해야 했으나 갑(甲)인 포스코 그룹의 입김에 금리가 낮게 산정되면서 흥행에 실패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지난 9월 웅진홀딩스의 법정관리 신청 사태 이후 회사채 발행 시장이 위축된 가운데 업황 전망이 불안한 건설, 조선 등에 대한 투자심리는 여전히 부진한 상황이다. 삼성물산, 대림산업, 현대건설, GS건설 등 신용등급 'AA-' 보유 건설사들이 잇따라 회사채 발행에 나섰으나 일부 미매각되거나 수요예측에서 전량 미달을 기록한 바 있다.

이번에 매각되지 못한 포스코건설의 2400억원어치 채권은 총액 인수계약을 맺은 증권사들이 가져가게 된다. 대표주관사 KB투자증권을 비롯해 한국투자증권, IBK투자증권, 하이투자증권, 한화투자증권, 현대증권 등이 인수에 참여한다.

한편 회사 측은 "채권의 민평금리는 발행금리 전날 종가 기준으로 공모 희망금리 상단 대비 0.01%포인트~0.10%포인트가량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연말 시즌이 지나고 투자가 활성화 되는 연초가 도래하면 발행된 채권의 시장 소화에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