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경영진 재편] "경영 수업 끝났다…이재용 색깔 나올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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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Story - 삼성家 3세, 21년만에 부회장 타이틀
애플 추격戰 능력 입증
내년 '신경영 20년' 미래신사업 속도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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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신경영 20년' 미래신사업 속도낼 듯
삼성가(家)의 대표적 3세 경영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4·사진)이 5일 ‘사업전반을 더 강력하게 지원할 수 있는’ 자리로 한 계단 올랐다. 1991년 삼성전자 사원으로 입사한 지 21년 만이다.
그는 고(故) 이병철 창업자와 이건희 회장의 ‘승부근성’과 ‘경영감각’을 그대로 물려받았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오랜기간 경영수업을 거쳤고 사회적 외풍에 노출되며 단련을 받았다. 준비된 최고경영자(CEO)로서 자신의 색깔을 담아 경영보폭 확대에 나설 수 있게 됐다는 게 재계의 관전평이다.
○준비된 최고경영자
이 부회장은 1991년 삼성전자에 입사했다. 하지만 경영수업은 이미 서울대 동양사학과에 진학하던 1987년 시작됐다. 삼성 관계자는 “인문학을 전공한 것은 크게, 멀리 세상을 보기 위해 역사를 배우란 이 회장의 뜻을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게이오대, 하버드대에서 경영학을 배운 그는 2001년 근무를 시작했다. 맡은 업무는 해외 거래선 접촉이었다. 2008년 삼성 특검 때는 브라질 러시아 인도 등을 돌며 현장을 익혔다.
이렇게 쌓은 글로벌 인맥은 이 부회장의 가장 큰 자산으로 꼽힌다. 올해 피아트-크라이슬러의 지주회사인 이탈리아 엑소르(Exor)의 사외이사를 맡은 것은 피아트 창업자의 외손자인 존 엘칸 엑소르 회장의 부탁 때문이다. 이 회장이 세계 최대 부호인 카를로스 슬림 멕시코 텔맥스텔레콤 회장이나 스웨덴 발렌베리 일가, 리카싱 홍콩 청쿵그룹 회장과 만날 때 그는 항상 회장 옆을 지켰다. 올 6월엔 리커창 중국 부총리와 면담하기도 했다.
인맥은 비즈니스로 이어진다. 삼성은 텔맥스텔레콤을 통해 멕시코에서 스마트폰 1위를 차지하고 있고, 청쿵그룹과 건설 수처리 등 다방면에서 협력을 시작했다. 삼성이 전기차 부품 사업을 확대키로 하고 이 부회장이 나서자 댄 에커슨 GM CEO(작년 10월), 도요다 아키오 도요타 사장(1월), 노버트 라이트호퍼 BMW CEO(2월), 마틴 빈터콘 폭스바겐 회장(6월) 등과 줄줄이 만날 수 있었다. 글로벌 인맥을 통해 사업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히고, 삼성의 미래를 이끌 신사업을 개척하고 있는 셈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 2년간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맡으며 삼성전자의 기획·운영을 도맡았다. 삼성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사업부를 직접 맡진 않을 것이란 점에서 경영수업이 사실상 끝났다고 보면 된다”며 “이제부터는 본인의 색깔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랑받는 삼성’이 과제
내년은 이 회장이 1993년 신경영을 선언한 지 만 20년이 되는 해다. 미래를 위한 새 밑그림을 마련해야 할 시기다. 이 부회장의 승진과 보폭 확대가 예사롭지 않게 여겨지는 이유다.
삼성 앞엔 과제가 많다. 애플을 극복하고 패스트 팔로어(빠른 추격자)에서 퍼스트 무버(시장 선도자)로 도약해야 한다. 올해 삼성은 지방대 우대, 저소득층 우대 등 ‘함께 가는 열린 채용’을 시작했다. 서울 지역 대학, 강남 출신이 대거 입사하면서 ‘헝그리 정신’이 부족해지고 있다는 이 부회장의 판단에서 비롯됐다.
경제민주화 등 삼성을 둘러싼 논란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사업을 발전시키려면 국민으로부터 사랑받는 삼성이 돼야 한다. 이 부회장은 삼성 같은 대기업이 한국에 꼭 필요하다는 인식 하에 삼성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삼성이 어린이집, 초등학생 공부방 지원, 고등학생 장학금 사업에 이어 올해 중학생의 방과 후 학습을 돕는 드림클래스를 시작한 것은 이 같은 고민의 결과다. 삼성 관계자는 “사회에 희망을 주려면 ‘개천에서 용 나는 사례’가 많아야 하는데 삼성이 여기에 앞장서야 한다는 게 이 부회장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
그는 고(故) 이병철 창업자와 이건희 회장의 ‘승부근성’과 ‘경영감각’을 그대로 물려받았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오랜기간 경영수업을 거쳤고 사회적 외풍에 노출되며 단련을 받았다. 준비된 최고경영자(CEO)로서 자신의 색깔을 담아 경영보폭 확대에 나설 수 있게 됐다는 게 재계의 관전평이다.
○준비된 최고경영자
이 부회장은 1991년 삼성전자에 입사했다. 하지만 경영수업은 이미 서울대 동양사학과에 진학하던 1987년 시작됐다. 삼성 관계자는 “인문학을 전공한 것은 크게, 멀리 세상을 보기 위해 역사를 배우란 이 회장의 뜻을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게이오대, 하버드대에서 경영학을 배운 그는 2001년 근무를 시작했다. 맡은 업무는 해외 거래선 접촉이었다. 2008년 삼성 특검 때는 브라질 러시아 인도 등을 돌며 현장을 익혔다.
이렇게 쌓은 글로벌 인맥은 이 부회장의 가장 큰 자산으로 꼽힌다. 올해 피아트-크라이슬러의 지주회사인 이탈리아 엑소르(Exor)의 사외이사를 맡은 것은 피아트 창업자의 외손자인 존 엘칸 엑소르 회장의 부탁 때문이다. 이 회장이 세계 최대 부호인 카를로스 슬림 멕시코 텔맥스텔레콤 회장이나 스웨덴 발렌베리 일가, 리카싱 홍콩 청쿵그룹 회장과 만날 때 그는 항상 회장 옆을 지켰다. 올 6월엔 리커창 중국 부총리와 면담하기도 했다.
인맥은 비즈니스로 이어진다. 삼성은 텔맥스텔레콤을 통해 멕시코에서 스마트폰 1위를 차지하고 있고, 청쿵그룹과 건설 수처리 등 다방면에서 협력을 시작했다. 삼성이 전기차 부품 사업을 확대키로 하고 이 부회장이 나서자 댄 에커슨 GM CEO(작년 10월), 도요다 아키오 도요타 사장(1월), 노버트 라이트호퍼 BMW CEO(2월), 마틴 빈터콘 폭스바겐 회장(6월) 등과 줄줄이 만날 수 있었다. 글로벌 인맥을 통해 사업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히고, 삼성의 미래를 이끌 신사업을 개척하고 있는 셈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 2년간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맡으며 삼성전자의 기획·운영을 도맡았다. 삼성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사업부를 직접 맡진 않을 것이란 점에서 경영수업이 사실상 끝났다고 보면 된다”며 “이제부터는 본인의 색깔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랑받는 삼성’이 과제
내년은 이 회장이 1993년 신경영을 선언한 지 만 20년이 되는 해다. 미래를 위한 새 밑그림을 마련해야 할 시기다. 이 부회장의 승진과 보폭 확대가 예사롭지 않게 여겨지는 이유다.
삼성 앞엔 과제가 많다. 애플을 극복하고 패스트 팔로어(빠른 추격자)에서 퍼스트 무버(시장 선도자)로 도약해야 한다. 올해 삼성은 지방대 우대, 저소득층 우대 등 ‘함께 가는 열린 채용’을 시작했다. 서울 지역 대학, 강남 출신이 대거 입사하면서 ‘헝그리 정신’이 부족해지고 있다는 이 부회장의 판단에서 비롯됐다.
경제민주화 등 삼성을 둘러싼 논란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사업을 발전시키려면 국민으로부터 사랑받는 삼성이 돼야 한다. 이 부회장은 삼성 같은 대기업이 한국에 꼭 필요하다는 인식 하에 삼성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삼성이 어린이집, 초등학생 공부방 지원, 고등학생 장학금 사업에 이어 올해 중학생의 방과 후 학습을 돕는 드림클래스를 시작한 것은 이 같은 고민의 결과다. 삼성 관계자는 “사회에 희망을 주려면 ‘개천에서 용 나는 사례’가 많아야 하는데 삼성이 여기에 앞장서야 한다는 게 이 부회장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