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전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사진)측이 5일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에 대한 지원 여부를 둘러싸고 혼선을 빚었다.

안 전 원장 측은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문 후보 지원에 나서는 분위기였다. 한 핵심 인사는 “안 전 원장이 오늘 움직일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공평동 대선 캠프 사무실은 후원회 사무실로 전환, 업무를 재개했다. 사무실의 빈 공간엔 안 전 원장실, 기조회의실, 컴퓨터 작업실도 새로 마련했다.

그렇지만 이후 기류가 바뀌기 시작했다. 오전 10시로 예정됐던 팀장급 이상 회의는 점심 이후로 미뤄졌다. 박선숙 공동선대본부장, 장하성 국민정책본부장, 유민영 대변인 등 일부 핵심 인사들은 서울 모처에서 안 전 원장과 비공개 회동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안 전 원장이 문 후보와 공동 유세를 하는 방안까지 논의됐다”며 “안 전 원장이 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지원 방식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끝내 안 전 원장은 구체적인 지원 방식과 일정을 결정하지 못했다.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안 전 원장의 문 후보 지원이 지연된 배경엔 문 후보 측의 ‘결례’가 있었다는 게 안 전 원장 측 설명이다. 한 핵심 인사는 “민주당의 언론플레이가 오전 내내 난무했다”며 “안 전 원장이 이에 대해 불쾌해했다”고 전했다. 단일화 과정에서 문 후보 측에 쌓였던 앙금이 여전한 분위기다.

이날 오전 ‘문 후보-안 전 원장 간 회동설’ ‘안 전 원장 측의 전폭적인 지원 약속’ 보도가 민주당발로 나왔다. 문 후보는 오전 10시20분께 안 전 원장의 서울 동부이촌동 자택을 찾았으나 안 전 원장이 집을 비워 만나지 못했다.

유민영 대변인은 “보도 내용은 양측이 합의한 게 아니다”며 “오늘 여러 보도 상황이 전개되면서 (문 후보 지원과 관련) 진전된 게 없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민주당의 언론플레이 말고도 더 큰 게 있다”고 말했지만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다. 문 후보 지원을 위한 범야권 공조체제인 ‘정권교체-새정치 국민연대’에 안 전 원장의 참여를 압박한 것이 그 이유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안 전 원장의 지원이 늦어지면서 문 후보 측에 비상이 걸렸다. 문 후보는 일단 6일 출범하는 ‘국민연대’에 안 전 원장을 포함, 범야권 세력의 결집을 통해 승부수를 띄운다는 전략이었다. ‘안철수 프레임’에서 벗어나려는 의지로 읽혀질 수 있다.

하지만 안 전 원장 측 한 핵심 인사는 “국민연대는 민주당의 독자적인 방안으로 이와 관련해 어떤 연락도 없었다”며 “국민연대라는 ‘틀걸이’보다는 ‘안철수 스타일’의 지원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후보가 안 전 원장의 자택까지 방문한 것도 안 전 원장을 압박한 또 다른 요인이라는 게 안 전 원장 측 시각이다.

안철수 캠프 내 민주당 출신 인사들을 중심으로 한 ‘적극적 지지파’와 ‘소극적 지지파’ 간의 의견 충돌 때문에 지원이 늦어지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안 전 원장이 자신의 지지층 마음을 움직일 방법을 고심하느라 시간이 걸리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