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SF작가 쓰쓰이 야스타카의 소설 《최후의 끽연자》 주인공은 강력한 금연운동에 밀려 점차 고립돼 간다. 주변 공원에 ‘개와 흡연자 출입 금지’라는 팻말이 세워지더니 그의 집 담벼락도 낙서로 뒤덮인다. ‘흡연자의 집’ ‘니코틴에 절어서 죽어라’…. 그는 혐연권자들에게 쫓긴 끝에 국회의사당 지붕에 주저앉아 자위대 헬리콥터가 쏘는 최루탄 공격을 받으며 마지막 담배를 피운다.

이 정도는 아니지만 흡연자가 설 땅은 급속히 좁아지고 있다. 미 캘리포니아 휴양도시 델마는 이미 1980년대 후반 자기 집 마당에서 담배를 피우지 못하게 하는 조례를 제정했다. 연기가 이웃으로 날아가면 피해를 준다는 이유에서였다. 메릴랜드주 몽고메리카운티 역시 2002년부터 담배연기가 이웃으로 퍼질 경우 최고 750달러의 벌금을 물린다. 일본이 길거리 금연을 시작한 건 2002년이다. 도쿄에서 길을 걷던 한 어린이가 담뱃불에 실명한 사건이 계기가 됐다. 노상 금연은 도쿄 지요타구에서 시작돼 여러 도시로 확산됐다. ‘애연가의 천국’이라던 스페인도 강력한 금연법을 시행 중이다.

가끔 반발도 생긴다. 프랑스에서 공공장소 흡연이 금지되자 ‘정부가 해준 게 뭐 있다고 담배 피울 자유까지 빼앗나’는 신문 칼럼이 등장했고, 집단흡연 퍼포먼스까지 벌어졌다. 하지만 담배 피우기는 더 까다로워졌다. 흡연실 규정만 해도 1시간에 10번 이상 환기해야 하고, 공기압이 옆방보다 낮아야 하는 등 엄격하기 짝이 없다. 크기도 35㎡(약 10평) 이하로 제한했다. 담배 피울 생각을 싹 가시게 하려는 의도일 게다. 어디서나 혐연권 앞에 흡연의 자유가 맥을 못 추는 형국이다.

우리도 예외가 아니다. 금연구역이 갈수록 늘고 있는 가운데 8일부터는 150㎡(약 45평) 이상 식당에서도 담배를 피울 수 없게 된다. 전국 7만6000여곳이다. 2014년에는 100㎡ 이상 15만 곳으로 확대되고 2015년부터는 모든 식당에 적용된다. 호프집과 커피전문점도 150㎡ 이상이면 해당된다. 계도기간을 거쳐 내년 6월부터 위반자에게 과태료 10만원을 물리기로 했다.

1990년대 초만 해도 한국 성인 남자 70% 정도가 담배를 피웠다. 버스나 기차에서는 물론이고 극장, 엘리베이터 안에서도 마음껏 연기를 뿜어댔다. 2010년엔 그 비율이 48%로 뚝 떨어졌다. 요즘 분위기로 봐선 흡연자는 더 빠르게 줄어들 게 틀림없다. 《최후의 끽연자》 주인공이 마지막 담배를 피울 때 어디선가 마이크 소리가 들려온다. “그를 보호해야 한다. 그는 흡연시대의 귀한 유물이다….” 이유가 뭐든 아직 담배를 피우는 이들은 마지막 흡연자가 되기 전에 딱 끊는 게 어떨지.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