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창꼬' 주연배우 한효주 "청순 이미지 버리고 '화끈女'로 변신"
‘신데렐라’ 한효주(25)가 완전히 변했다. 2005년 데뷔 1년 후 드라마 ‘봄의 왈츠’ 주역으로 스타덤에 오른 그는 드라마 ‘찬란한 유산’ ‘동이’, 흥행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에서 남을 의식하고 배려할 줄 아는 청순 여인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오는 19일 개봉하는 새 멜로영화 ‘반창꼬’(정기훈 감독)에서는 점찍은 남자에게 마구 들이대고 ‘아, 씨×’이란 욕도 해대는 자기 중심적인 의사 미수 역으로 돌변했다.

그는 의료사고로 면허정지 위기에 몰리자 그 상황을 해결해줄 소방관 강일(고수)을 꼬시기 위해 미인계를 펼친다. 5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광해~’에서 억눌린 감정을 폭발시켰나봐요. 원하는 바를 단순하게 표출했으니까요. 이런 배역은 처음이에요. 뭔가를 표현하니까 재미있더라고요. 촬영장에서도 놀고 즐기면서 연기했어요. 그동안 늘 배역에 부담감을 갖고 했는데 말이죠.”

‘광해~’에서 권력투쟁의 희생양이 될 처지의 중전 역을 했던 그가 여기서는 화장기 없는 민낯으로 소리를 지르고 소주와 맥주를 섞은 ‘소맥’을 남자에게 강권한다.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자 다리 위에 올라가 자살소동도 펼친다.

“미수는 실제 제 모습과 달라요. (저는)엄마한테 늘 남들을 배려하라고 배웠기 때문에 화를 참고 남을 의식하는 태도가 몸에 뱄는데 이런 게 버겁고 힘들게 느껴지던 차에 미수 역을 했어요. 자기 중심적인 미수는 자신이 행복해져야 남에게 선행도 베풀 수 있다고 믿는 타입이죠.”

현실에서도 은연 중에 미수의 성격을 닮게 됐다고 한다. “고수 오빠와 연기 호흡도 좋았어요. 감독님이 말하더군요. 저는 포수 같고 오빠는 투수 같다고. 오빠가 던지는 공을 제가 잘 잡아줬다고.”

자살 소동을 벌이는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잠수교 아랫다리에서 촬영한 이 장면에서 그는 두 다리를 강일에게 맡긴 채 다리 난간에서 뒤로 나자빠졌다. 배에 힘을 너무 많이 준 탓에 며칠간 뱃가죽이 아파 혼났다고 했다.

“‘반창꼬’에는 생각지 못한 선물들이 듬뿍 담겨 있어요. 의외로 웃기고, 눈물을 자아내는 장면들이 많으니까요. 흐뭇한 기분으로 극장 문을 나설 수 있는 밝고 따뜻한 영화예요.”

그는 자신을 고생 모르는 신데렐라라고 보는 것에는 이의를 제기했다.

“데뷔무렵에 다양한 경험을 하며 고생했죠. 시트콤으로 데뷔한 뒤 가요프로그램 MC, 예능프로그램 게스트, 일일드라마와 독립영화, 주말 드라마와 사극까지 웬만한 것들을 가리지 않고 도전했어요. 그때는 참 힘들었어요. 이제는 무엇을 제가 잘하고 못하는지 알게 됐어요.”

그는 좋은 연기자가 되기 위해 먼저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같은 것을 연기해도 어떤 마인드와 기를 갖고 있느냐에 따라 다르게 표현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