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경영은 늘 어렵다. 한시도 마음 놓기 어렵다. 세상은 급변하고 미래는 불확실한 까닭이다.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고, 어떤 경쟁자가 튀어나올지 알 길 없다.

동종 업체만 경쟁자도 아니다. 극장의 경쟁자는 극장이 아니라 야구장이란 마당이다. 3등까진 살아남는다는 건 옛말이다. 이젠 1등이 아니면 발붙이기 어렵다. 악기 쪽 사정도 다르지 않다. 출산율이 떨어지니 아이들이 줄고 자연히 피아노 수요도 감소한다.

글로벌 기업으로 우뚝 선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를 보면서 직원들에게 늘 강조한다. “가격이 문제가 아니라 품질이다. 1등 제품으로 소비자 만족을 이끌어내야 한다. 마케팅도 중요하지만 품질이 먼저다. 소비자들에게 인정받고 사랑받는 제품을 만드는 게 최우선이다.”

우수한 품질을 바탕으로 한 글로벌 경쟁력은 어디서 나오는가. 두 말할 것도 없다. 사람이다. 한 명의 엘리트가 10만명을 먹여 살린다는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삼익악기만 해도 중국에서 이익을 내줘 다행이다. 중국법인 대표 한두 명이 뛰어난 결과라고 본다. 탁월한 인재가 중요한 이유다.

많은 연봉을 받고 싶으면 능력과 자질도 그에 상응해야 한다. 기업이 요구하는 인재는 입사 전엔 물론 입사 후에도 끊임없이 스스로를 갈고 닦아 자신과 조직, 나아가 우리 사회 전체를 발전시킬 수 있는 역량을 키우는 사람이다. 말만 앞서는 사람, 목소리만 큰 사람, 과대포장을 일삼는 사람, 부정적인 에너지로 가득한 사람을 원하는 곳은 없다.

나라의 수장도 다르지 않다. 제18대 대통령 선거일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이후 TV에선 감성적인 광고, 거리 곳곳에선 후보들의 유세 소리와 함께 익숙한 가락의 로고송이 흘러나온다. 반값등록금, 각종 복지혜택 확대, 일자리 창출, 투명사회와 국민에 대한 세심한 배려 등 아름다운 미래를 약속하는 소리 역시 한층 높아졌다.

문제는 실천과 진정성이다. 복지 증진을 위한 예산은 어떻게 장만할 것인지, 일자리 창출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은 무엇인지, 터널에 갇힌 듯한 경제를 살릴 방책은 있는 건지 구체적인 계획은 잘 보이지 않는다.

기업에서 어떤 사람을 뽑느냐는 뽑는 사람의 가치관과 역량에 달렸다. 대통령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어떤 대통령을 뽑을 것인가는 전적으로 유권자에게 달려 있을 게 틀림없다.

한국은 지금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한 미래를 앞두고 있다. ‘선진국과 중국을 비롯한 후발주자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라는 말도 나왔지만 경제는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 만큼 위기 상황이고, 국제 정세 또한 불안하다.

우리에겐 지금 그 어느 때보다도 위기 대응능력과 글로벌 감각을 지닌 데다 약속을 지키는, 10대 경제강국의 수장으로서 든든하고 자랑스러운, 준비된 대통령이 필요하다.

김종섭 < 삼익악기 회장 Jenice0812@samick.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