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정치적 상황과 역사적 변동 과정을 볼 때 (나의 행위가) 전혀 불법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3일 서울 서초동 법원종합청사 502호 법정에 선 김지하 시인(71·사진)은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민청학련) 사건은 무죄”라고 주장하며 이같이 말했다. 민청학련 사건과 오적(五賊) 필화 사건으로 7년여간 옥살이를 한 김 시인은 민청학련 사건 등의 재심을 청구, 38년 만에 열린 역사적인 재심의 첫 공판에 지팡이를 짚고 출석했다. 그는 “세월이 갈수록 타당한 법적 판결이라고 느껴지지 않으니 엄밀하게 다시 판단해 달라”고 간명하게 의견을 밝혔다.

유신시대 대표적 저항시인이었던 김 시인은 1970년 ‘사상계’에 정부에 비판적인 내용을 담은 시 ‘오적’을 게재해 당시 반공법 위반 혐의로 100일간 옥살이를 했다. 그는 또 유신헌법 시절인 1974년 민청학련 사건을 배후 조종한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고 투옥됐다. 이후 국제적 구명 운동으로 10개월 만에 풀려났지만 사건의 진상을 알리는 글을 쓰고 재수감돼 유신 시대가 끝날 때까지 6년간을 감옥에서 보냈다.

김 시인의 변호인은 “국가 민주화를 위해 투쟁했을 뿐 반국가 단체를 조직하지 않았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사건의 심리를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이원범)는 “민청학련 사건에 대해 이번에 유·무죄를 판단하겠지만 오적 사건은 해당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선고공판은 내년 1월4일 오후 2시에 열린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