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4사 출범 1년…킬러콘텐츠는 없었다
“종편 4사는 1년간 지상파를 흉내내다 굴욕과 모욕의 시간을 보냈다. 그렇지만 지난 1주간 대선정국에서 신속한 보도와 정보 프로그램에서 희망을 보여줬다.”

KBS의 A임원은 내달 1일로 출범 1주년을 맞는 TV조선, JTBC, 채널A, MBN 등 종합편성방송 4사의 공과를 이렇게 평가했다. 많은 제작비를 투입했던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이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지만 최근 안철수 후보의 사퇴를 계기로 선거상황을 신속하게 보도해 시청률을 끌어올렸다는 것이다.

◆시청률 0.5% 안팎…대규모 적자

시청률조사회사 AGB닐슨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채널A가 지난 23일 안 후보 사퇴 직후인 오후 9시40분부터 11시12분까지 방송한 ‘뉴스A’는 전국 기준 3.281%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채널A 측은 “종편채널의 뉴스 시청률이 3%를 넘어선 것은 처음”이라며 “분당 최고 시청률은 오후 10시55분에 4.905%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동시간대에 나머지 종편 3사의 시청률은 1~2%였다.

그러나 종편 4사의 앞날은 여전히 험난하다. 대선 정국은 한 달 내로 끝나고 5년 후에나 찾아온다. 안 후보의 사퇴처럼 큰 뉴스가 생기지 않을 가능성도 높다.

1년간 종편 4사의 시청률은 극히 부진했다. TNmS에 따르면 지난해 12월1일부터 이달 26일까지 종편 4사 평균 시청률은 MBN 0.543%, 채널A 0.539%, JTBC 0.516%, TV조선 0.381% 순으로 0.5% 안팎에 그쳤다.

출범 초기 각사가 스타급 배우를 앞세운 대형 드라마와 시트콤으로 시청자 공략에 나섰지만 결과는 신통찮았다. JTBC는 60부작 사극 ‘인수대비’, 노희경 작가와 톱스타 정우성이 뭉친 ‘빠담빠담’ 등을 선보였지만 평균 시청률은 각각 1.849%와 1.906%로 2%에 미치지 못했다.

종편 4사 출범 1년…킬러콘텐츠는 없었다
TV조선은 제작비 100억원의 대작 ‘한반도’를 내보냈지만 시청률이 1%도 되지 않아 조기종영했다. 채널A는 최불암, 유호정 주연의 가족극 ‘천상의 화원-곰배령’, MBN은 송지나 작가의 뮤지컬 드라마 ‘왓츠 업’과 함께 ‘갈수록 기세등등’ 등의 시트콤을 내보냈지만 주목받지 못했다.

문화평론가 이택광 경희대 교수는 “종편의 콘텐츠가 중장년층에는 통했지만 젊은 세대를 잡는 데는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종편 4사는 올해 대규모 적자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종편사의 한 임원은 “올해 4사의 매출은 평균 400억원 안팎으로 예상되는데 적자 규모는 회사별로 큰 차이를 보일 것”이라며 “드라마 등에 투자를 많이 한 JTBC의 적자 폭이 가장 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JTBC가 ‘그나마 종편 같은 종편’이란 브랜드를 얻은 것은 하나의 수확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400억원 규모의 매출은 종편 4사가 출범 전에 제시한 목표치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출연료 ‘거품’…외주사에 횡포

종편은 연예인들과 작가들의 몸값을 크게 끌어올렸다. 정우성은 JTBC 20부작 드라마 ‘빠담빠담’에서 회당 9000만~1억원의 출연료를 받았다. 이는 그의 전작 지상파 드라마인 ‘아테나:전쟁의 여신’에서 받은 회당 출연료보다 2배 정도 높다. 김수현 작가는 5%대의 종편 최고 시청률을 보인 JTBC 30부작 주말극 ‘무자식 상팔자’를 통해 회당 6000만~7000만원의 집필료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작가는 지난해 막을 내린 SBS ‘천일의 약속’에서 회당 5000만원을 받았다.

신동엽, 이수근, 김병만 등 인기 MC들도 지상파보다 많은 돈을 받고 종편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대형 연예기획사 A사의 대표는 “종편의 출연료는 지상파에 비해 20% 이상 많다”며 “매니지먼트사로는 채널 선택 폭이 넓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종편들과 경쟁하는 지상파 드라마와 예능프로그램의 제작비도 덩달아 상승했다. 종편들은 외주 제작사에 대한 불공정 거래로 원성을 샀다. 불규칙한 편성으로 외주 프로그램 공급을 갑자기 중단해 제작사들에 큰 손실을 입히기도 했다.

정규 드라마 편성은 한 곳뿐…2년 뒤엔 매물 나올 듯

윤석암 TV조선 편성제작본부장은 “이달 들어 보도 프로그램들이 뜨면서 4사 시청률 합계가 3~4%대에 올라 자리를 잡아가는 모양새”라며 “3~4년 후에는 종편 채널들이 손익분기점을 넘어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케이블채널 선두주자인 TvN이 4년 만에 손익분기점을 넘어선 것보다 빠를 것이란 얘기다.

그러나 이는 ‘종편’을 포기해야 거둘 수 있는 목표라는 지적이 많다.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에서 실패한 종편 채널들은 제작비가 상대적으로 적은 뉴스와 시사교양 프로그램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현재 종편 4사 가운데 정규 드라마를 편성한 곳은 JTBC 한 곳에 불과하다.

방송가에서는 종편 1~2개사가 실속을 차릴 수 있겠지만 법적으로 매각이 가능한 2년 후부터는 거대 자본에 팔릴 가능성도 큰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2년 뒤 증자를 하려면 30%까지만 허용하는 현행 대주주 지분율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방송법을 개정해야 하는 데다 외국자본에 시장을 개방할 공산도 크다는 분석이 이를 뒷받침한다.

익명을 요구한 방송 전문가는 “한국시장에 진출하려는 일본계 자본의 관심이 가장 크다”며 “그러나 자금 출처가 야쿠자 등 악성일 가능성이 많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