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전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사진)은 “무슨 일을 할 때 제 개인의 입장이 아니라 지지해주신 분들의 입장에서 판단하겠다”고 28일 밝혔다.

안 전 원장은 지난 23일 대선 후보를 사퇴하고 칩거에 들어간 지 5일 만인 이날 서울 공평동 선거캠프 근처에서 본부장 및 실장급 관계자 10여명과 오찬을 함께한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고 유민영 대변인이 전했다.

안 전 원장 지지자 중 상당수가 야권 단일 후보 경쟁을 벌였던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에 대해 반감을 표시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어서 안 전 원장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안 전 원장은 사퇴를 선언한 이후 문 후보와 만나지 않았으며, 이날 오찬에서도 선거 지원 방법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고 유 대변인이 전했다. 캠프 해단식도 다음주로 미뤄지는 분위기다. 안 전 원장의 적극 지원을 기대하는 문 후보 측 기류와 거리가 있다.

캠프 안팎에선 안 전 원장이 문 후보에 대해 적극적인 선거 지원을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는 이날 캠프 관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문 후보에 대한 지지여부를 언급하지 않은 채 다시 지방으로 내려갔다. 선거지원 방식도 선대위 참여가 아닌 ‘안철수 스타일’의 간접 지원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금태섭 상황실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사퇴회견에서 밝힌 것처럼 ‘백의종군’하겠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며 문 후보 선대위 참여 가능성을 배제했다. 직접 문 후보를 지지하는 내용이 아닌 새정치 관련 강연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한 방식이 거론된다.

지원 시기도 다음주에나 가능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지난 27일 예정됐던 캠프 해단식은 다음주에나 열릴 전망이다. 안 전 원장은 해단식에서 문 후보 지원 방법에 대해 언급할 예정인 만큼 실질적인 지원 시기도 해단식 이후로 미뤄진 셈이다.

오찬 회동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해단식이 출정식이 될 것”이라고 의미심장한 말을 던졌다. 해단식에는 200여명의 캠프 자원봉사자를 비롯해 25개 정책포럼, 지역포럼 대표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캠프 해단식이 ‘안철수 사단’의 출범식과 함께 독자세력화에 대한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얘기도 돌고 있다.

안 전 원장은 이날 오찬 자리에서 캠프 관계자들에게 “지지자와 자원봉사자 여러분께 큰 마음의 빚을 졌다”며 “평생 이 빚진 마음을 어떻게 갚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꼭 갚아 나가겠다”고 말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