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음악을 좋아하는 필자는 직원, 지인 또는 가족과 함께 가끔 음악회에 가곤 한다. 1970~80년대 음악회에 가면 좌석의 반 이상이 비어 있어 허전했는데, 요즈음 국내의 좋은 연주단체 공연을 가보면 초등학생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으로 만석을 이루고 있다.

반면 유럽과 미국에서 유명 교향악단의 공연 관람을 가면 관객 대부분이 50대 이상으로 젊은 세대가 매우 적다는 사실에 놀라게 된다. 다소 격식 있고 접근성이 용이하지 않은 클래식의 특성을 고려하더라도 20~30대를 흡수하기 위한 노력이 미흡했던 것으로 짐작된다. 그래서일까? 미국의 유명 교향악단들은 수입 감소로 재정적자에 허덕이고 있다고 한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단의 ‘Live in HD’ 전략은 오페라의 지리적 공간적 한계를 극복하고 관객 노령화에서 탈피한 혁신적인 고객지향 마케팅 사례로 꼽히는데, 젊은층을 끌어들이기 위해 2006년부터 미국 전역의 영화관에서 오페라를 상영하기 시작했다.

영화관에서 오페라를 상영함으로써 다양한 세대의 고객이 손쉽게 공연을 접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비싼 돈을 지불하지 않고 좋은 음향시설이 갖춰진 영화관에서 오페라를 감상할 수 있도록 배려해 대성공을 거뒀다.

‘고객지향.’ 진부하게 들릴 수 있지만 대부분의 기업 경영철학에서 빠지지 않는 것 중의 하나다. 필자 역시 통합 마케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 경영자의 한 사람으로서 구성원들에게 항상 고객 입장에서 생각하라고 강조한다. 특히 과거에는 가격과 상품성이 제품이나 서비스를 선택하는 주요 요인이었다고 한다면, 이제는 이를 통해 고객이 누릴 수 있는 이성적, 감성적 부가가치까지 고려해야 하는 시대다. 이런 고객의 기대에 부응하려면 고객을 생각하고 배려하는 마음가짐은 기본이요, 스스로를 지속적으로 혁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니 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또 하나의 좋은 사례가 있다. 지인 중에 고등학교 선생님이 있는데, 이 선생님은 가을 운동회가 되면 인기 걸그룹의 춤을 학생들 앞에서 선보이기 위해 매일 야근을 한다고 한다. 왜 그렇게까지 하느냐고 물으니 그 선생님의 대답이 걸작이었다. “수업할 땐 학생들이 원하는 지식을 주지만 운동회 때 학생들이 원하는 것은 그들을 즐겁게 해주는 것이다. 교사도 엄연한 서비스직이기 때문에 노력할 뿐”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교사로서 지켜야 하는 체면보다 학생들의 니즈를 먼저 생각하는 이 선생님이야말로 다소 파격적이고 혁신적인 생각을 보여주는 고객지향의 훌륭한 사례가 아닐까?

고객지향이란 이처럼 고객이 원하는 것을 꿰뚫어 볼 수 있는 통찰력과 혁신적인 사고방식으로 고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다. 마치 사랑하는 사람에게 정말 원하는 것을 선물하고 싶은 연인처럼.

문종훈 < SK마케팅앤컴퍼니 사장 jhm@sk.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