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 아트페어는 달랐다…아트바젤, 100억대 명작 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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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아트페어 '아트바젤 2024'를 가다
오랜만에 지갑 연 큰손들
40개국 285개 갤러리 참여
미첼 '선플라워스', 275억 최고가
'베네치아 비엔날레' 후광효과
올해 미술시장 불황 우려 불식
관심 쏟아졌지만…신인들은 외면
오랜만에 지갑 연 큰손들
40개국 285개 갤러리 참여
미첼 '선플라워스', 275억 최고가
'베네치아 비엔날레' 후광효과
올해 미술시장 불황 우려 불식
관심 쏟아졌지만…신인들은 외면
“불안으로 시작해 안도하며 끝났다. 조정인지 회복인지는 여전히 모르겠지만.”
지난 11일부터 엿새간 이어진 세계 최대 규모의 미술품 거래시장 아트바젤에 참여한 갤러리 딜러들이 이구동성으로 외친 말이다. 스위스에서 열린 ‘아트바젤 인 바젤 2024’는 개막 직전까지 폭풍전야였다. 40개국의 285개 화랑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미술계의 슈퍼볼’로 불리는 아트바젤마저 흥행하지 못하면 앞으로 10년은 답이 없다”는 분위기였다. 지난달 소더비와 크리스티 등 경매회사의 현대미술 판매량이 이전 시즌보다 22%나 줄었다는 결과까지 나와 시장이 회복세를 타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대마불사와 승자독식. 이번 아트바젤은 21세기 자본 시장을 움직여온 두 개의 키워드로 요약할 수 있다. 하우저&워스, 데이비드 즈워너, 리만 머핀, 화이트큐브, 가고시안 등 세계적인 ‘블루칩 갤러리’들은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반신반의하며 출품한 ‘여덟 자리 딜’(1000만달러 이상의 그림)이 줄줄이 팔리면서다.
미국 뉴욕 기반의 데이비드 즈워너는 첫날 미국 추상화가 조앤 미첼의 ‘선플라워스’(1990~1991)를 2000만달러(약 275억원)에 판매하며 최고가 판매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2016년작 추상화를 600만달러에, 쿠사마 야요이의 거대한 조각 ‘애스파이어링 투 펌킨스 러브, 더 러브 인 마이 하트’(2023)는 500만달러에 판매했다.
스위스 취리히를 근거지로 한 하우저&워스는 애실 고르키의 희귀한 드로잉 작품인 ‘무제’(1946~1947)를 1600만달러에 팔기도 했다. 페이스갤러리는 아그네스 마틴의 ‘무제 #20’(1974)를 1200만달러에, 화이트큐브는 줄리 메레투의 추상화 ‘무제 2’(1999)를 675만달러에 거래했다.
시장이 침체기라는 판단에 따라 어떤 상황에서도 가치를 지킬 수 있겠다는 최고의 작품들이 빛을 봤다는 분석이 나온다. 첫날에만 총 6억달러(약 8243억원)의 매출을 올린 하우저&워스 공동창업자인 이완 어스는 “전 세계 컬렉터가 바젤에서 ‘최고 중 최고’를 고르기 위해 몰려왔다”며 “미술시장의 회복력을 확신하게 됐다”고 말했다.
반면 소규모 갤러리의 표정은 어두웠다. 수집가들의 관심이 ‘아는 작품, 아는 갤러리’에만 쏠린 탓이다. 독일 베를린에서 활동하는 한 딜러는 “신진 작가와 신흥 갤러리보다 아트바젤의 검증된 갤러리에서 2만~3만달러를 쓰는 편이 더 낫다는 게 대세”라고 말했다.
베네치아 비엔날레 본전시에 처음 참여한 한국인 작가 김윤신의 회화 작품 두 점은 국제갤러리에서 4만5000~7만2000달러에, 세 점은 리만 머핀을 통해 팔렸다.
바젤=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지난 11일부터 엿새간 이어진 세계 최대 규모의 미술품 거래시장 아트바젤에 참여한 갤러리 딜러들이 이구동성으로 외친 말이다. 스위스에서 열린 ‘아트바젤 인 바젤 2024’는 개막 직전까지 폭풍전야였다. 40개국의 285개 화랑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미술계의 슈퍼볼’로 불리는 아트바젤마저 흥행하지 못하면 앞으로 10년은 답이 없다”는 분위기였다. 지난달 소더비와 크리스티 등 경매회사의 현대미술 판매량이 이전 시즌보다 22%나 줄었다는 결과까지 나와 시장이 회복세를 타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날개 돋친 듯 팔린 초고가 그림
하지만 기우였다. 막상 문을 열어보니 열기가 만만치 않았다. VIP 대기줄은 입장까지 한 시간이 넘을 정도로 늘어섰다. 개막 두 시간 만에 100억원 이상 대작이 줄줄이 팔려나갔다. 일반 공개가 시작된 13일부터는 행사장 일대에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노아 호로비츠 아트바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미술시장 매출이 전년 대비 4% 감소한 650억달러(약 90조원)에 그쳤지만 아트페어를 방문해 작품을 자신이 직접 보고 구입하려는 컬렉터는 더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대마불사와 승자독식. 이번 아트바젤은 21세기 자본 시장을 움직여온 두 개의 키워드로 요약할 수 있다. 하우저&워스, 데이비드 즈워너, 리만 머핀, 화이트큐브, 가고시안 등 세계적인 ‘블루칩 갤러리’들은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반신반의하며 출품한 ‘여덟 자리 딜’(1000만달러 이상의 그림)이 줄줄이 팔리면서다.
미국 뉴욕 기반의 데이비드 즈워너는 첫날 미국 추상화가 조앤 미첼의 ‘선플라워스’(1990~1991)를 2000만달러(약 275억원)에 판매하며 최고가 판매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2016년작 추상화를 600만달러에, 쿠사마 야요이의 거대한 조각 ‘애스파이어링 투 펌킨스 러브, 더 러브 인 마이 하트’(2023)는 500만달러에 판매했다.
스위스 취리히를 근거지로 한 하우저&워스는 애실 고르키의 희귀한 드로잉 작품인 ‘무제’(1946~1947)를 1600만달러에 팔기도 했다. 페이스갤러리는 아그네스 마틴의 ‘무제 #20’(1974)를 1200만달러에, 화이트큐브는 줄리 메레투의 추상화 ‘무제 2’(1999)를 675만달러에 거래했다.
시장이 침체기라는 판단에 따라 어떤 상황에서도 가치를 지킬 수 있겠다는 최고의 작품들이 빛을 봤다는 분석이 나온다. 첫날에만 총 6억달러(약 8243억원)의 매출을 올린 하우저&워스 공동창업자인 이완 어스는 “전 세계 컬렉터가 바젤에서 ‘최고 중 최고’를 고르기 위해 몰려왔다”며 “미술시장의 회복력을 확신하게 됐다”고 말했다.
반면 소규모 갤러리의 표정은 어두웠다. 수집가들의 관심이 ‘아는 작품, 아는 갤러리’에만 쏠린 탓이다. 독일 베를린에서 활동하는 한 딜러는 “신진 작가와 신흥 갤러리보다 아트바젤의 검증된 갤러리에서 2만~3만달러를 쓰는 편이 더 낫다는 게 대세”라고 말했다.
“베네치아에서 보고 바젤 가서 사라”
이번 아트바젤은 지난 4월 개막한 제60회 베네치아 비엔날레 기간에 열려 더 많은 관심이 쏠렸다. 2년 주기로 열리는 세계 최고의 미술 올림픽 베네치아 비엔날레 때마다 수집가 사이에선 “베네치아에서 보고 바젤 가서 사라”는 말이 돈다. 과거 일부 예술가는 비엔날레에 출품한 직후 판매 시장으로 바로 연결되는 것에 극도로 불편함을 나타내기도 했지만 올해는 상황이 달랐다.베네치아 비엔날레 본전시에 처음 참여한 한국인 작가 김윤신의 회화 작품 두 점은 국제갤러리에서 4만5000~7만2000달러에, 세 점은 리만 머핀을 통해 팔렸다.
바젤=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