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하반기 들어 주가가 50% 이상 오른 종목은 유가증권시장에서 57개, 코스닥시장에서 99개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제약·바이오주가 유가증권시장 주가상승률 상위 50개 종목 중 12개를 차지하는 초강세를 보였다. 장기 박스권 장세 속에서도 증시 전광판을 붉게 물들이며 투자자들을 깜짝 놀라게 한 ‘깜놀주’의 4분의 1을 바이오·제약주들이 차지한 것이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하반기 유가증권시장에서 주가 상승률이 가장 높은 종목은 가수 싸이 테마주인 디아이(387.07%)였다. 이어 근화제약(2위·233.33%), 대원제약(5위·131.08%), 우리들생명과학(6위·123.81%), 대웅제약(10위·101.44%) 등 제약·바이오주들이 상위권에 집중 포진했다.

보령제약(12위·94.05%), 종근당(18위·80.20%), 한미약품(20위·77.71%), 한독약품(22위·74.09%), 우리들제약(36위·59.59%) 등도 ‘톱50’ 안에 들었다.

코스닥시장에서도 바이오·제약주 강세가 두드러졌다. 화일약품(9위·129.83%), 에스텍파마(10위·122.84%), 코오롱생명과학(16위·107.05%) 등 5개사가 코스닥 주가 상승 ‘톱30’에 이름을 올렸다.

올해 상반기만 해도 제약주들은 리베이트 단속 강화와 약가 인하 등 잇따른 악재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하반기 들어 미국과 중국 등의 경기 우려가 커지면서 내수주이자 경기방어주인 제약주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인구 고령화 등 사업환경 개선에다 해외 대기업의 국내 제약사 인수·합병설 등도 제약·바이오주에 힘을 보탰다. 하지만 일각에선 제약·바이오주의 ‘급등’에 대해 경고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임진균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1997년과 2002년 증시 폭락 직전에도 제약주가 급등했다”며 “투자처를 찾지 못한 투기성 자금에는 덩치가 작은 제약주가 좋은 먹잇감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