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ADVERTISEMENT

    [한경에세이] 건강한 사회를 위해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취업기회조차 잡지 못하는 취약계층
    힘든 때일수록 어려운 이 배려해야

    윤승준 < 한국환경산업기술원장 yoonsj@keiti.re.kr >
    어제는 수능일이었다. 그동안 시험 준비에 고생한 수험생 모두에게 수고했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수능은 끝났지만 대학 입시는 이제 시작이다. 이번 겨울에 논술과 면접 등의 몇 가지 절차를 거쳐야 비로소 입학이 결정될 것이다.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마음을 가다듬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기 바란다.

    우리 환경산업기술원에도 고3 수험생과 같은 또래인 직원이 3명 있다. 이들은 수능 시험을 보지 않는다. 대학 입시 대신에 고졸 특별 전형으로 우리 원에 취업했다. 지난 여름 처음으로 도입한 사회 형평적 채용을 통해 300 대 1의 경쟁을 뚫고 입사한 어엿한 직장인이다.

    우리 원은 상반기와 하반기에 정기적으로 신입 직원을 선발한다. 올해부터는 대졸 직원 채용과 함께 사회 형평적 채용을 도입했다. 고등학교만 마치고 현업에 나서야 하는 사람들, 장애 때문에 취업 전선에서 불이익을 받는 사람들처럼 ‘사회적 약자’를 우선적으로 배려하자는 것이다. 이들은 불황일 때는 아예 선발의 기회조차 얻을 수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서 우리 원에서는 이들에게도 능력을 발휘할 마당을 마련해주고자 했다.

    사회적 약자라고 능력도 허약하지는 않았다. 취업 준비도 꽤나 철저했고 마음 자세도 훌륭했다. 면접에 참여했던 외부 인사는 이들의 성실성과 잠재력에 깊은 인상을 받고는 특별 채용의 인원을 늘려달라고 요청할 정도였다.

    이들이 들어온 뒤 새로운 변화가 생겼다. 환경기업이 우리 원에 정책자금 융자를 요청하는 경우 현장 실사를 나가는데, 이때 미성년자인 직원들은 청소년보호법에 따라 숙박시설 출입이 제한된다. 어쩌겠는가, 비용이 조금 더 들더라도 호텔로 가야 한다. 또 회식을 해도 주점이 아닌 음식점에서 술 없이 건전하게 해야만 한다. 예전에는 전혀 생각지도 않은 색다른 경험들이다. 이런 변화를 기꺼이 받아들여준 기존 직원들에게도 고맙다.

    인생에는 몇 가지 변곡점이 있다. 청소년기 대학 입시를 시작으로 취업, 결혼이 줄줄이 이어진다. 대부분의 경우 스스로 노력해서 열심히 준비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모두가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이럴 때 한번 실패하더라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기회, 볕 들지 않는 곳까지 밝히는 배려, 다양성을 존중하고 이해하는 마음, 이런 사회적 관심과 제도적 안전망도 절실히 필요하다.

    바야흐로 취업 시즌이다. 일자리는 최근 수년간 우리 사회의 제일 중요한 화두이기도 하다. 경기가 상승세라면 채용 규모도 커지고 새로운 일자리도 늘어날 텐데, 아쉽게도 요새는 그렇지 못하다.

    그리스와 스페인의 금융 위기가 현재 진행형이고, 여기에 발목 잡힌 세계 경제도 언제 풀릴지 낙관하기 어렵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작은 관심이 우리 사회의 건전성과 지속가능성을 높여줄 것임을 잊지 말아야겠다.

    윤승준 < 한국환경산업기술원장 yoonsj@keiti.re.kr >

    ADVERTISEMENT

    1. 1

      [민철기의 개똥法학] 내란전담재판부·법왜곡죄가 사법개혁 될 수 없는 이유

      법왜곡죄 신설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형법 개정안과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최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 법원은 물론이고 대한변호사협회와 학계는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과 법왜곡죄 신설이 위헌 소지가 있고 사법부 독립에 반한다는 등의 이유로 사실상 반대하는 취지의 의견을 냈다. 위헌 논란을 의식한 듯 각계 의견 수렴 등을 통해 일부 내용을 수정했으나 이를 추진하겠다는 여당의 기본 입장은 변화가 없는 것 같다.법왜곡죄는 법관, 검사 또는 범죄 수사 종사자가 타인에게 위법 또는 부당하게 이익을 주거나 권익을 해할 목적으로 법령을 의도적으로 잘못 적용하면 적용된다. 당사자 일방을 유리 또는 불리하게 만드는 경우, 사건에 관한 증거를 조작하거나 위조·변조된 증거를 재판 또는 수사에 사용한 경우 그리고 위법하게 증거를 수집하거나 증거 없이 범죄사실을 인정하거나 논리 및 경험칙에 현저히 반해 사실을 인정한 경우 형사처벌하도록 하는 규정이다.현행법상 하급심의 잘못은 상소를 통해 상급심에서 시정되도록 설계돼 있다. 그런데 어떤 판단이 잘못됐는지를 수사기관이 1차적으로 판단해 판단 주체인 법관을 기소하고 다른 법관이 재판의 타당성을 검증한다면 재판의 독립성을 해칠 수 있다. 또한 법왜곡죄는 구성 요건 자체가 추상적이고 모호해 어떤 행위가 범죄가 되는지를 사전에 알 수 없다는 점에서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될 소지가 다분하고 이미 존재하는 직권남용죄와의 관계도 불명확하다.무엇보다 법왜곡죄가 신설되면 패소한 당사자가 이 판단을 한 법관에 대한 고소·고발을 남발할 수 있다. 또 특정한 사건을 여론이나 다수 입장에 반해 재판한

    2. 2

      [MZ 톡톡] AI, 무엇을 믿지 않을 것인가

      나와 내 가족, 친구의 얼굴이 등장하는 영상이 온라인에서 확산하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표정과 말투,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까지 자연스럽다. 이것이 인공지능(AI)이 만든 가짜 영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더라도 그 순간부터 우리는 눈앞에 보이는 것의 어디까지를 진짜로 받아들여야 하는지 혼란스러워진다. 연예인이나 정치인 얼굴이 조작된 가짜 영상이 빠르게 확산해 범죄와 사회 문제로 번지는 현상이 벌어진다.생성형 AI는 언제나 빠르고 확신에 찬 답을 내놓는다. 그럴수록 사람들은 대신해준 판단의 효율성과 편의성에 익숙해진다. 그러나 의존이 깊어질수록 심화하는 인지적 오프로딩은 단순히 생각을 덜 하게 만드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이제는 무엇을 믿어야 하는지 따지는 기준마저 AI에 기대는 상태로 이어진다.현실과 조작의 경계는 더 흐려진다. AI 이미지와 영상은 현실을 충실히 재연하기보다 감정을 더 극적으로 자극한다. 교실에 강아지가 들어온 장면보다 맥락 없이 코끼리가 등장하는 영상이 SNS에서 더 큰 주목을 받는 이유다. 그 장면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는 부차적인 문제다. 무엇이 더 이목을 끄는지가 콘텐츠의 힘을 가르는 기준이 된다. 대중에게는 인상적인 것이 사실처럼 받아들여진다.최근 맥도날드 네덜란드의 크리스마스 광고가 공개 직후 삭제된 사건은 이 같은 흐름에 경고를 준 사례다. 크리스마스에 재난이 발생해 사람들이 맥도날드로 대피한다는 설정의 이 광고는 AI를 통해 각종 재난 장면을 구현하는 데 기술적으로 무리가 없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를 상상력이나 유머로 받아들이지 않았고, 기념일을 재난의 이미지로 소비했다는 점에서 불편함을 느꼈다. 무엇이든 만

    3. 3

      [오승민의 HR이노베이션] 가짜 일에 빠진 조직, 진짜는 어디에?

      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사진)에서 백 상무는 주인공 김 부장에게 이렇게 외친다. “너는 인마 일을 하고 있는 게 아니야. 일하는 기분을 내고 있지.” 이 한마디는 오늘날 많은 조직이 겪는 문제를 정확히 짚는다. 많은 조직에서 연말 성과평가 항목을 초과 달성하고, 혁신 과제 성과를 발표하고, 인공지능(AI) 도입으로 업무 효율성이 30% 이상 향상됐다고 외친다. 하지만 회사 환경은 점점 악화하고 있다. 우리는 가짜 일에 빠져 진짜 일을 놓치고 있다. 이런 가짜 일들이 지속되는 근본 원인은 무엇일까. '즉문즉답' 강박이 낳은 비효율즉문즉답 문화는 가짜 일이 생기는 대표적 원인이다. 상사에게 보고할 때 질문에 바로 답을 못하면 실력이 없어 보일까 봐 다양한 질문에 대비해 방대한 자료를 준비한다. 한 장짜리 보고서에 첨부 자료가 수백 장인 경우도 흔하다. 보고를 받는 사람은 보고와 무관한 질문, 혹은 아주 세세한 질문을 삼가야 한다. 보고에 포함되지 않은 내용이 궁금하면 보고가 끝난 후 별도로 자료를 요청하는 편이 훨씬 효율적이다. ‘즉문즉답을 잘한다’와 ‘일을 잘한다’가 동일하다는 오해가 불필요한 가짜 일을 양산한다.‘파킨슨의 법칙’이 만든 조직의 역설도 한 이유다. 영국 역사학자 노스코트 파킨슨은 제2차 세계대전 전후의 영국 해군 조직을 관찰하며 다음과 같은 현상을 발견했다. 1914년부터 1928년까지 영국 해군의 함정은 약 67% 감소했고, 장병은 약 31.5% 줄었다. 같은 기간 전투와 무관한 해군 행정 인력은 오히려 78% 증가했다. 파킨슨은 이를 바탕으로 “일은 주어진 시간을 모두 채울 때까지 팽창한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