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선거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민주당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고 있다. 미국 언론들은 4일 여론조사 결과 등을 근거로 오바마 대통령이 ‘면도날 차이’의 우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오바마의 지지율 우세가 대부분 오차범위 안에 있어 투표함을 열어볼 때까지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초박빙 승부가 예상된다. 오바마와 공화당의 미트 롬니 후보는 경합주를 잇따라 돌며 막판 부동층 표심을 잡는 한편 CNN,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의 기고문을 통해 지지를 호소했다.

◆롬니 막판 뒤집기 가능할까

각종 여론조사에서 오바마와 롬니의 전국 지지율은 박빙이다. 하지만 선거인단 확보에선 오바마가 유리한 고지에 올라섰다. 롬니는 승리에 필요한 270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하려면 오하이오 플로리다 버지니아 노스캐롤라이나 콜로라도 네바다 위스콘신 아이오와 뉴햄프셔 등 경합주에서 대부분 이겨야 한다.

그러나 경합주의 오바마 우세는 좀처럼 깨지지 않고 있다. 롬니는 지난 주말 공화당 거물급 인사 100여명을 오하이오 등 경합주 유세에 투입하는 등 총력전을 펼쳤지만 판세를 되돌리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지난 2일 발표된 10월 실업률(7.9%)은 2개월 연속 ‘8% 아래’에 머물렀다. 허리케인 ‘샌디’가 오바마에게 리더십을 발휘할 기회를 줌으로써 롬니의 막판 뒤집기가 힘들어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의 평균치를 발표하는 리얼클리어폴리틱스(RCP)는 4일 오바마가 290명, 롬니가 248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했다. 시뮬레이션을 통해 당선 확률 등을 예측하는 선거분석 온라인매체 파이브서티에이트는 당선 확률이 오바마 83.7%, 롬니 16.3%이며 선거인단 확보 수는 오바마 305.3명, 롬니 233.7명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부자 증세 vs 세율 인하

대선 결과는 미국 경제에 적지 않은 변화를 몰고 올 전망이다. 오바마와 롬니가 서로 다른 세금 및 복지정책을 놓고 국민의 선택을 받는 양상으로 대선이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오바마는 이날 WSJ 기고문을 통해 “2300만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생기고 재정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섰던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을 기억해야 하다”며 “부시 행정부 8년간 감세 혜택을 받았던 부유층은 이제 클린턴 시절의 세율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롬니는 세율을 낮춰 기업의 투자 활성화로 경제성장을 이끌고 재정지출을 축소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오바마가 재선에 성공하면 부유층의 소득세율 인상뿐만 아니라 자본이득세, 배당세 등 투자 관련 세금도 함께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롬니가 당선되면 모든 계층의 소득세율 인하, ‘오바마케어(건강보험개혁법)’ 폐지 등이 이뤄지고 노인과 저소득층 의료보험인 메디케어와 메디케이드 등 복지프로그램이 수술대에 오르게 된다.

또 군사력 강화를 핵심으로 하는 롬니의 ‘강한 미국’ 전략은 중동 정세와 대(對)중국 정책에도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을 비롯해 중동, 유럽, 러시아 등 국제사회가 대체적으로 오바마 재선을 ‘희망’하고 있는 배경이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