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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산칼럼] 나쁜 기업인, 착한 기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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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 생존·성장이 경영자의 사명
    전쟁중 장수 흔들어 어쩌자는건가

    이만우 < 고려대 교수·경영학 객원논설위원 >
    일부 시민단체의 기업인 낙인찍기 공작이 먹혀들고 있다. 나쁜 기업인 ‘이건희·정몽구·최태원’, 착한 기업인 ‘안철수·윤석금·박병엽’ 대립구도가 인터넷에서 자리 잡았다. 나쁜 기업인으로 지목되는 3인을 검색어로 쳐넣으면 블로그와 카페 첫머리에 “이건희·정몽구·최태원의 공통점, 정말 놀랍다”는 제목과 함께 법정출두 사진이 포함된 기사가 뜬다. 착한 기업인으로 띄운 3인의 검색 결과 첫머리에는 “안철수, 윤석금 그리고 박병엽”이라는 제목의 일간지 칼럼이 등장한다.

    ‘이건희·정몽구·최태원’의 공통점을 검찰소환에서 찾는 것은 극히 편파적이다. ‘안철수·윤석금·박병엽’의 공통점을 빈손으로 사업을 시작해 깨끗하게 키워낸 창업자이며 젊은이의 우상으로 규정하는 것도 극히 의도적이다. 기업인의 사명은 치열한 시장경쟁을 뚫고 기업을 성장시켜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고 벌어들인 이익으로 세금도 내고 이자와 배당도 지급해 국민경제를 이끌면서 나눔에도 앞장서는 것이다. 기업인 평가는 부여된 사명 성취도가 기준이 돼야 한다.

    이건희의 삼성은 계열사 자산총액이 256조원에 이르는 국내 최대 그룹이다. 삼성전자·삼성생명·삼성화재 등 상장계열사는 순자산가액보다 주식가치가 훨씬 높으며, 삼성전자 하나만의 주식시가총액도 195조원에 이르고 외국인 지분율이 50%를 넘는다. 정몽구의 현대차 계열사 자산총액은 155조원, 최태원의 SK계열사는 136조원에 이른다. 이들 그룹의 상장계열사 주식 외국인 지분율은 30%에서 50% 사이로 매우 높다.

    안철수의 안랩 자산총액은 1700억원, 윤석금의 웅진계열은 9조원, 박병엽의 팬택계열은 1조7000억원이다. 팬택은 2007년에 워크아웃에 들어갔고 현재까지 최대주주인 산업은행 중심의 은행관리대상이다. 웅진도 지난 9월 법정관리 신청에 들어가 법원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이들 주식에 대해 외국인 투자자의 관심은 극히 미약해 안랩의 외국인 지분율은 2%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수출비중이 84%인 삼성전자나 70%대를 유지하는 현대차 및 SK와는 달리 안랩 영업은 국내시장 중심이고 웅진과 팬택은 재무상태가 극히 불량해 외국인 투자자가 외면하고 있다.

    이건희의 삼성은 창업주 이병철 시대보다 경천동지(驚天動地) 수준으로 성장했다. 5000원의 액면가로 설립한 삼성전자의 경우 매년 배당금을 지급하고도 주가가 260배나 뛰어 130만원을 넘어섰다.

    현대는 유동성 위기가 극심한 시점에 정주영 창업주가 별세함으로써 상속재산이 모두 현대건설 채권단에 넘어갔다. 지금의 현대차는 정몽구·정의선 부자의 위험을 무릅쓴 미국 및 유럽시장 공략 성공의 결과다. 종합무역상사 선경을 에너지·통신·반도체가 결합된 글로벌 SK로 변모시킨 것도 창업을 능가하는 최태원 경영의 성과다. 이들의 성과를 물려받은 재산으로 쉽게 돈을 벌었다고 깎아내리는 것은 부당하다.

    우리나라 민법은 국제적 관례와는 달리 유언보다는 법정지분에 의한 상속을 중시한다. 그 결과 경영능력을 갖춘 자녀에게 지분을 넘기려는 명의신탁이 성행했고 이와 관련된 비자금이 노출돼 2세 경영인이 형사법정에 서는 일이 빈번했다. SK의 경우 종합무역상사 시절 밀어내기 수출과 중동지역의 관행적 리베이트로 인해 선대부터 누적된 부실외상채권 분식회계가 적발돼 유죄판결을 받았다. 법제도와 투명성이 부족했던 시절에 발생해 이미 처벌이 끝난 사건을 들춰내 반기업 정서를 확산시키고 대기업 규제를 쏟아내는 대선판이 기업인의 투자의욕을 꺾어 실업대란으로 이어질 위험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청년층 불만의 뿌리는 열악한 일자리 사정이다. 대기업을 운영하는 기업인뿐만 아니라 여야 정치인에 대한 불만도 폭발적이다. 불만을 파고든 일부 세력이 상상 수준의 무지개를 띄우며 청년층을 사로잡고 있다. 정치권이 사태를 직시하고 경제 살리기와 청년 일자리에 집중하는 대선공약을 내놓아야 한다. 대기업이 고용을 늘리도록 규제를 풀고 법인세도 일자리 창출 성과에 따라 차등적으로 운영하는 획기적 일자리 공약으로 청년층을 붙잡아야 한다.

    이만우 < 고려대 교수·경영학 객원논설위원 leemm@korea.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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