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미(24·정관장·사진)가 미국 LPGA투어 미즈노클래식(총상금 120만달러)에서 7타차 역전을 허용하며 준우승에 그쳤다.

이보미는 4일 일본 미에현 시마시 긴데쓰 가시고지마GC(파72·6506)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날 이븐파 72타에 그치며 최종합계 10언더파 206타를 기록, 이날만 8타를 줄인 스테이스 루이스(미국)에게 1타차로 우승컵을 빼앗겼다.

전날 보기 없이 버디 8개를 쓸어담은 이보미는 첫날 공동 9위에서 단숨에 4타차 단독선두로 부상했다. 마지막날 우승컵을 안으면 모든 선수들이 꿈의 무대로 여기는 미 투어에 직행할 수 있는 카드를 손에 쥘 수 있었다.

전반을 1언더파로 마친 이보미는 후반 10, 11번홀에서 연속 보기를 범하면서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13번홀(파5)에서 버디를 잡았으나 ‘폭풍샷’을 몰아친 루이스가 어느덧 1타차 단독선두로 경기를 마친 뒤였다. 마지막 3개홀에서 버디를 잡아야만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갈 수 있었지만 모두 파를 기록하며 무릎을 꿇었다.

2009년 국내에서 데뷔하면서 1승을 거둔 이보미는 이듬해 3승을 따내며 상금왕, 대상, 다승왕, 시즌 최소타수상을 휩쓸었다. 지난해부터 일본에서 뛰었으며 올 시즌 3월 일 투어 첫승을 따냈다. 이보미는 “짧은 퍼트를 자주 놓쳐 실망스럽다”며 “경기를 하면서 우승하면 미국 LPGA투어로 갈지, 안 갈지를 놓고 고민을 너무 많이 한 것이 악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이보미는 전날 인터뷰에서 “우승을 하더라도 일 투어에 집중하고 미국은 2~3년 뒤에 생각해보겠다”고 했으나 하루 만에 마음이 흔들리면서 중압감이 커져버렸다.

선두 이보미에게 7타 뒤진 공동 8위로 출발한 루이스는 전반에 버디 4개와 보기 1개로 3타를 줄였다. 후반 첫 홀인 10번홀 버디에 이어 11번홀 보기로 주춤하는 듯 싶던 루이스는 12, 13번홀에서 연속 버디를 낚은 뒤 마지막 3개홀을 버디로 장식하며 1타차 단독선두로 올라섰다.

루이스는 11세 때 허리뼈가 S자로 휘는 ‘척추측만증’을 앓아 척추에 티타늄 고정물과 5개의 나사를 삽입한 것으로 유명하다. 월드랭킹 2위인 루이스는 박인비(24)와의 상금왕 경쟁에서 막판 역전의 불씨를 되살렸다. 우승상금 18만달러를 보탠 루이스는 시즌 상금 181만달러로 상금랭킹 선두 박인비(217만달러)와의 격차를 36만여달러 차이로 좁혔다. 앞으로 2개 대회가 남았으며 로레나오초아인비테이셔널의 우승상금은 20만달러, 시즌 최종전인 CME그룹타이틀홀더스의 우승상금은 50만달러다.

통산 5승째를 올린 루이스는 올해의 선수상을 사실상 확정지었다. 우승자에게 주는 30포인트를 더한 루이스는 214점으로 2위 박인비(156점)보다 58점이나 앞섰다. 박인비는 합계 3언더파로 공동 17위에 올라 10위까지만 주는 올해의 선수상 포인트를 더하지 못했다. 남은 2개 대회에서 박인비가 모두 우승하고 루이스가 10위권 밖으로 벗어나야만 역전이 가능해 루이스의 수상이 유력하다. 미국 선수의 올해의 선수상 수상은 1994년 베스 대니얼 이후 끊겼다.

우에하라 아야코(일본)가 합계 9언더파로 3위에 올랐고 청야니(대만)는 이날 4타를 줄여 합계 7언더파로 공동 4위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최근 3개 대회에서 3위-3위-4위를 기록해 슬럼프에서 벗어나고 있음을 입증했다.최나연(25·SK텔레콤)과 서희경(26)이 합계 6언더파로 공동 6위에 이름을 올렸고 신지애(24·미래에셋)는 합계 4언더파로 공동 14위를 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