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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자칼럼] 국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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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
    ‘산등성이 외따른 데/ 애기 들국화…다시 올까?/ 나와 네 외로운 마음이/ 지금처럼/ 순하게 겹친 이 순간이-’(천상병 ‘들국화’). 보통 들국화로 부르지만 실제 들국화란 이름을 가진 꽃은 없다. 요즘 산과 들에서 드문드문 보이는 노란 국화는 산국(山菊)과 감국(甘菊)이다. 꽃송이가 1~2㎝로 작으면 산국, 3㎝ 안팎이면 감국이다. 산국은 한 줄기에 여러 송이가 무더기로 핀다.

    역시 들국화로 불리는 쑥부쟁이와 구절초도 닮았다. 둘 다 꽃 색이 연보라인데다 생김새도 비슷하다. 그나마 잎 모양이 조금씩 다르다. 잎이 타원형에 쑥을 닮았으면 구절초, 길쭉하게 뻗었으면 쑥부쟁이다. 벌개미취는 잎 모양조차 쑥부쟁이와 헷갈린다. 다만 잎 가장자리의 톱니 모양이 크고 뚜렷하면 쑥부쟁이, 작으면 벌개미취다. 그러나 쑥부쟁이 종류만도 여럿이라 혼동하기 십상이다. ‘쑥부쟁이와 구절초를 구별하지 못하는 너하고/ 이 들길 여태 걸어왔다니/…지금부터 너하고 절교(絶交)다’(‘무식한 놈’)라고 안도현 시인이 일갈했지만 자책할 것도 아니다.

    국화는 동양에서 재배하는 관상식물 중 역사가 가장 오래됐다. 재배를 시작한 시기는 당대(唐代) 이전으로 추정된다. 그 조상이 감국이라는 설, 감국과 산구절초의 교잡설, 산국과 뇌향국화의 교잡설 등 여러 설이 있다. 세계적으로는 1200여종을 헤아릴 정도로 다양한 생김새와 색깔을 자랑한다. 국내 생산되는 꽃 중에도 국화는 재배 면적과 판매량에서 장미와 선두 다툼을 벌일 정도로 인기가 높다.

    국화는 서릿발 속에 꽃을 피운다 해서 ‘오상지(傲霜枝)’라는 별칭도 얻었다. 조선 후기 문신 이정보는 낙목한천(落木寒天)에 홀로 피었다며 ‘아마도 오상고절(傲霜孤節)은 너뿐인가 하노라’고 찬탄했다. 당 시인 백거이는 낙엽 흩날리는 황량한 뜰에 서서 국화를 보며 적막한 마음을 달랬다. ‘햇살은 옅고 바람 차다/ 가을 남새는 모두 잡초에 덮이고/ 그 좋던 초목도 시들고 꺾였다/ 잎 다 진 울타리 사이에/ 몇 떨기 국화만 새로 피었다…이 늦은 때 어찌 홀로 고운가/ 나를 위해 피지 않은 건 알지만/ 그대 덕분에 잠시 환히 웃어본다.’(‘동원에서 국화를 보며’)

    국화축제가 한창이다. 마산 대구 익산 영암 홍성 등지에 색색의 국화가 가을을 수놓고 있다. ‘미당문학제’(3~7일)가 열리는 서정주 시인의 고향 고창 선운리 일원도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국화로 뒤덮였다. 불황 그림자는 짙고, 대선 경쟁은 혼탁하다. 찬바람 이기고 꿋꿋이 피어난 국화를 보며 잠시나마 스산한 마음 추스를 일이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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