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신기술 개발과 신사업 진출을 추진하다 보면 기존 인력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에 직면할 때가 있다. 이 때문에 많은 기업들은 새로운 사업이나 해외 진출을 추진할 때 국가의 경계를 벗어나 글로벌 인재를 찾아 나선다.

한국 기업들도 최근 몇 년간 외국인 채용을 늘리며 글로벌 인재 확보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어렵게 확보한 글로벌 인재를 얼마나 잘 활용하고 있는지는 미지수다. 한국 기업에 근무하는 외국인 중 상당수는 언어, 문화, 관행 등의 차이로 역량을 발휘하기 힘들다고 호소한다. 기업이 글로벌 인재를 선발하기는 했지만 이들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준비는 부족한 것이다. 글로벌 인재를 ‘확보’하는 것보다 ‘활용’하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 됐다.

글로벌 인재를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모내기식 인재 배양’을 할 필요가 있다. 외국인 인재를 현업 부서에 배치하기 전 3~5명 단위로 팀을 구성해 한국 문화와 한국 기업의 업무 방식에 익숙해질 수 있는 적응 기간을 갖도록 하는 것이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외국인 직원이 기업 문화에 적응하기까지는 1년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 기존 외국인 직원이 있다면 새로 채용된 외국인 직원의 멘토 역할을 하도록 하는 것도 신속한 적응을 돕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외국인 직원이 늘어나는 것에 맞춰 기업의 체질도 글로벌화해야 한다. 기업의 근무 환경이나 업무 방식이 글로벌 기업과 비슷한 방향으로 바뀌지 않으면 외국인 인재가 능력을 발휘하고 성장해 나가기 어렵다.

기업 체질을 글로벌화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회사 내에서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거나, 글로벌 기업의 인사 제도를 도입하는 것 등이 있다. 유니클로 브랜드로 유명한 일본 의류업체 패스트리테일링그룹의 야나이 다다시 회장은 2010년 6월 “영어를 못하면 고용 기회를 얻을 수 없다”며 사내 영어 공용어화를 추진해 정착시켰다.

외국인 인재를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관리할 필요도 있다. 외국인 직원들이 얼마나 잘 적응하고 있는지를 진단하고 적응 정도에 따라 맞춤형 지원책을 제공해야 한다. 글로벌 보험사 프루덴셜은 다문화 관리 전담 조직인 ‘Inter Cultural Group’을 가동해 다양한 국가에서 온 직원들을 관리한다. 경영자도 외국인 인재와 직접 소통하면서 업무지시를 내리고, 그들의 사고방식을 이해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

인재를 확보하는 데서 그친다면 기업이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면서까지 글로벌 인재를 구할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어렵게 확보한 인재가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해 기업의 성과로 연결시키는 일이다. 얼마나 많은 글로벌 인재를 보유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오래 글로벌 인재를 유지하면서 이들이 성과를 내고 기업의 리더로 성장했는지가 핵심이다. 글로벌 인재가 기존의 내국인 인재와 융화돼 회사에 주인의식을 갖고, 공정한 경쟁을 통해 최고경영자(CEO)로까지 성장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을 때 비로소 기업의 글로벌 인재 활용은 성공을 거둘 수 있다.

주세영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jugoon@sams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