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나쁜피’ 설지윤 “강간범을 아빠라 부를수 있나요?”
[박문선 기자] “너 같은건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는데”

딸에게 어미가 고작 한다는 말이 이거다. “당했어. 강제로 겁탈당했어” 가래침을 퉤 내뱉듯이 그렇게 어미는 폭언을 퍼붓고 팩소주를 홀짝인다.

“차라리 사랑하는 남자의 애였다면 이렇게 억울하진 않았을텐데” 옅게 번지는 어미의 미소에선 살기와 애처로움이 묻어나온다. 스물 두살이 된 딸은 그 날 처음 알았다. 자신이 평범한 집 자식이 아니라, 강간으로 잉태된 산물이라는 것을.

영화 ‘나쁜피’는 성범죄로 태어난 딸이 강간범인 생부를 찾아가 복수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딸과 생부, 두 사람의 중간 지점에는 강간을 당한 어미가 있었다. 악독하지만 나쁘다고 만은 할 수 없는 어머니, 배우 설지윤을 만났다.

‘나쁜피’에서 그는 ‘나빠질 수 밖에 없는 엄마’로 나온다. 암말기를 앞둔 엄마는 스페인 유학을 일주일 앞두고 있는 딸한테 ‘딸이 어떻게 태어났는지’에 대해 입을 연다. 엄마 설지윤은 어떤 감정으로 딸에게 말을 걸었을까.
[★인터뷰] ‘나쁜피’ 설지윤 “강간범을 아빠라 부를수 있나요?”
“사랑하지도 않는데 낳아서. 차라리 사랑해서 낳았으면 억울하지나 않지”라고 딸에게 토로한다. 딸 입장에서는 상당히 충격적이었을텐데.

딸과 이야기하는 장면이 10분~12분인데, 그 씬이 정말 맘에 들었어요. 강효진 감독이 “사람이 죽음을 앞두면 모든 걸 다 토해내면서 보복하고 싶고, 말로라도 내 것을 다 꺼내 놓고 싶은 심리가 생긴다”고 하더라고요.

‘나쁜피’에 나오는 어미, 설지윤은 19살 때 친구의 오빠에게 강간을 당하고 인생이 완전히 바뀌어버려요. 그렇게 22년 동안을 살아오는데 본인이 원해서 아이를 갖게 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아이를 떼어버리지도 못하는 상황이죠.

아이는 자라는데 엄마는 아이에게 사랑도 못 주고, 자기가 사랑을 못준다는 걸 알면서 망가져가죠. 그리고 그걸 벗어날 수 없는 환경. 하지만 어미는 딸을 버리진 않아요.

암 말기까지 와서 죽음을 앞에 두고 딸에게 그걸 말했을 때는 어땠을까요. 한 여자로서 사랑받고 싶었고, 올망졸망한 딸을 예쁘게 키우고 싶은데 그러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따뜻한 남편 그늘 아래에서 애를 낳고 키운 것도 아니고. 오로지 엄마는 담배 피고, 술 마시고, 라면 먹으면서 그렇게 22년을 살아온거에요.

엄마 입장에서는 딸을 볼 때마다 그 때의 기억이 떠오르니까 괴로울 수도 있겠네요.

아무래도 그렇죠. 딸이 남자친구랑 길거리 쇼핑을 하면서 툴툴대는 장면이 있어요.

딸이 “우리 엄마는 내가 첫 생리 때도 날 보고 징그럽다고 그랬어. 그리고 내가 막 몸이 커가서 옷을 얻어다 입혔는데 그 옷이 내게 작은지 큰지도 모르고 막 갖다가 입혔어”라고 스스럼없이 말해요. 엄마는 딸을 그렇게 대했던거죠.

하지만 엄마가 아주 나쁘다고만은 할 수 없어요. 악한 여자 였다면 애를 낳고, 다른 곳에 보낼 수도 있어요. 그러나 어미는 이도저도 못하고 괴로워하고 있었어요. 악한 여자가 아니어서 여태 애한테 사실을 말 못했던 거고요. 어미는 자기 나름대로는 무책임하고 싶지 않아서 계속 이 아이를 데리고 있고 있던 거였어요.

“넌 사실 강간당해서 낳은 딸이야”라고 말할 때 어미의 마음이 어땠을까요.

22년간 이 여자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며 힘들어 했을거에요. 학교를 다니고 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친구 집에서 얹혀살아야 했고, 큰소리도 못쳤겠죠.

그 와중에 강간을 당했고, 사실이 드러나자 믿었던 친구마저도 절교를 해버려요. 이 남자도 나 몰라하며 아무렇지도 않아 하고, 그 집에선 아예 이 여자를 내쫓아버리고.

22년 세월동안, 강간을 저지른 남자와 그 친구는 이 여자를 완전히 잊었거든요. 하지만 다른 한 켠에서는 순수했던 사람이 썩어가고 있었죠.

전 이 여자에게서 인간적인 면을 봤어요. 나도 이럴 수 있겠다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같은 여자 입장에서 남의 집에 얹혀 살며 주눅든 상태였다면, 그렇게 애를 가졌다면, 애를 볼 때마다 자책감도 들고, 복수심도 들었겠죠.

여자로서 경험을 해보지 않은 걸 계속 집중하려는 것도 고통스럽잖아요. 거기 빠져들어야 되고요.

고통스럽지 않았어요. 실제로 강간을 당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저희 집에 딸이 저뿐이라서 엄마와 이야기를 많이 해왔어요. 그래서 엄마가 지니고 있는 느낌을 잘 알죠.

대사를 많이 분석 했어요. 예를 들어 “넌 좋겠다, 도망갈 데라도 있어서”라는 대사가 있어요.

딸이 도망가는 걸 원하니까 단순히 물어보는 걸까. 아니면 엄마 입장에서 ‘너 진짜 좋겠다’라고 축하를 해주는 걸까. 아니면 ‘넌 그런데, 난 이게 뭐니’라고 원망하는 걸까. 그 때 어미의 감정을 이해하려고 했죠.

엄마가 딸에게 “넌 좋겠다, 도망갈 데라도 있어서”라고 말한건 부러움이었을까요.

약간 딸이 부러웠을 것 같아요. 넌 갈데라도 있지만 난 없다, 이런 느낌요. 22년 동안 그런 엄마로 산거잖아요. 이 아이한테 묶여서 떠나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잘해주지도 못하고 버리지도 못하고 살아온거니까요.

‘나쁜피’가 성폭행 가해자의 피라던데요.

딸 몸에 흐르고 있는 강간범의 피에요. 모든 사실을 알게된 딸은 아빠를 흥신소에서 뒷조사를 해요. 애가 아빠 집에 들어갈 수 있는 요인을 만들죠. 삼류 시나리오 작가인 생부는 돈이 필요했고, 딸 윤주는 돈을 내고 자취처럼 살게 된거에요. 그러면서 생부를 피말리게 괴롭히죠. 복수가 시작되는거에요.

네. 복수를 위해 칼을 갈았지만 생부가 다정하게 대해주자 딸은 마음이 흔들려요. 그 남자는 아이에게 정성스럽게 밥을 차려주고 따뜻하게 대해주거든요. 딸은 그렇게 그 집에서 마지막 밤을 보내게 됐는데 결국 딸은 아버지를 묶어놓습니다. 그날 아버지가 실마리를 제공한거죠.
딸은 울부짖습니다. ‘이 몸에 당신의 더러운 피가 자리 잡고 있고, 이 세포 하나하나에 머물러 있는 이 더러운 피를 빼내고 싶다’고.

배우로서 강간범도 아버지라고 부를 수 있다고 생각하나요.

전 인정하지 않아요. 사랑이 있는 상태에서 남녀가 아이를 가졌다면 문제가 되지 않죠. 하지만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 강제로 한건, 그건 아버지가 아니죠. 단순히 자신의 성욕을 추구하기 위한거지.

이 영화에서도 고3짜리 남자가 성욕을 추구하기 위해 한 집에서 몰래 몰래 강간을 해요. 진짜 성욕만 딱 채우고 끝. 나중엔 집안 전체가 나몰라라 하고, 집안 전체가 강간범인거죠.

[★인터뷰] ‘나쁜피’ 설지윤 “강간범을 아빠라 부를수 있나요?”
강효진 감독님이 성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일으키려고 했다는데 관전포인트가 있다면요?

한 포인트 보다는 여러 포인트로 봐주셨으면 해요. 딸 입장에서 봤을 때는 22년간 무관심으로 일관 했던 엄마가 있어요. 몸이 커가고 머리카락이 자라는 것마저도 귀찮다며 머리도 짧게 치라고 하는 엄마. 딸 입장에선 자기도 여잔데, 엄마가 가꿔주지도 않고, 어떻게 보면 피해자잖아요.

그랬던 딸이 20대 초반에 스페인 유학을 앞두고, 그런 일을 겪었을 때의 충격. 또 20대 초반이면 그걸 감당하기엔 어린 나인데, 아빠라는 존재를 알고 싶었을 것 같아요. 물론 복수하고 싶은 마음이 컸겠지만요.

아빠 입장에서는 어떻게 바라볼 수 있을까요.

거기서 나오는 아빠는 아무것도 모르고 여자와 딸을 잊어버린 상태였어요. 지금 아내의 아는 후배라면서 자취를 하고, 자기를 정신적으로 힘들게 하는 여자.

이 과정 속에서 남자는 ‘애가 여기 와서 왜 이렇게 나를 괴롭혀가는지’ 생각하게 돼요. 시간이 흐르면서 이 남자가 그 감정을 얼마만큼 이해하고 느끼고 있는지도 유심있게 봐야해요.

엄마 입장에서는 또 다를 것 같은데요.

아이의 아빠냐, 그 남자의 아이냐. 엄마 입장에서는 여러 가지 여성이 가지고 있는 복합적인 심리를 봐줬으면 해요. 여자는 약하지만 어떻게 보면 여자는 강한사람이잖아요. 그런데 중요한건 이 여자 앞에 죽음이 있다는 거에요. 그 죽음선이 아니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지도 모르죠.

강간 사건이 있고 그 후 22년. 과연 성범죄가 피해자들의 삶을 얼마나 통째로 앗아가는지 이 영화는 잔인하게도 다 드러냈다. 비뚤어진 욕망을 지켜보는 관객들은 보는 내내 불편하고, 찜찜하다. 그리고 설지윤은 역한 그 감정들을 영리하게 비켜가지 않고, 오히려 날 것으로 꺼내놨다. 11월1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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