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은 하루 유동인구 150만명 이상, 외국인 관광객의 절반 이상이 찾을 만큼 한국을 대표하는 명소가 됐다. 특히 일본과 중국을 비롯한 미국, 유럽, 중남미까지 전 세계인들을 언제나 만날 수 있는 곳이 바로 명동이다. 그렇다면 관광객들은 왜 명동을 선호할까.

그저 문외한의 단순한 짐작으로는 언어소통에 문제가 적다는 것이 가장 핵심적인 이유가 아닐까 싶다. 크고 작은 화장품, 패션점에서 식당, 노점상까지 대부분의 점원들이 일본어는 물론 중국어가 가능하다. 거기에 외국 돈을 환전하는 곳이 곳곳에 즐비하고, 상품 구입 시 달러는 물론 위안화와 엔화 등이 전혀 문제 없이 통용되는 관광객 친화적 여건을 준비하고 있다.

다음으로 백화점과 남대문시장 중간 지대에서 3000개가 넘는 부담없는 가격대의 다양한 점포가 오밀조밀한 골목길을 빈틈없이 메우고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구입한 상품은 숙소까지 배달이 가능해 명동 거리에서 큰 쇼핑백을 들고 다니는 관광객을 찾기란 여간해서는 쉽지 않다. 품질과 가격의 매력에 서비스까지 완벽한 셈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상인들의 연합체인 명동상가번영회를 이끌어온 분들의 무한한 명동사랑을 빼놓을 수 없다. 지금도 명동 발전을 위한 일이라면 무엇이든, 어떤 방법으로든 해결하고야 마는 저돌적인 추진력은 놀라울 따름이다. 명동예술극장을 되찾게 된 것도 바로 이분들의 탁월한 안목과 노력이 있어 가능했다.

장충동 새 국립극장 건축비 마련을 위해 극장을 매각한 이래 명동을 찾는 문화예술인들의 발걸음이 점차 끊기고, 상권의 중심마저 강남으로 이동하자 명동상인들이 처음 착안한 일이 극장 복원 사업이다. 거리에 문화의 향기가 흐르게 해 명동을 업그레이드하자는 취지에서다. 그리고 그 중심에 명동상가번영회가 있다. 1993년의 일이다.

이듬해 금융회사가 사옥신축 계획을 발표한 것을 계기로 당시 김장환 명동상가번영회 회장이 중심이 돼 문화예술계와 사회단체 등 각계 인사가 참여한 ‘옛 국립극장 되찾기 운동’을 시작한 지 10여년, 드디어 2004년 정부가 극장 건물을 매입하게 된다. 매각 30년 만의 사건이다. 연극인은 명동상인들의 순수한 노력 그리고 이들의 뜻에 동참해 힘을 실어준 김수환 추기경, 송월주 스님, 조홍규, 도영심, 김정옥 씨 등 여러분의 도움을 오래도록 기억해야 마땅하다.

2009년 연극제작전문극장으로 재개관한 명동예술극장은 문화예술인과 시민들의 따뜻한 관심 속에 제법 안정적인 성장 궤도에 진입했다. 공연하는 작품마다 예술적 완성도와 관객 호응도 등 여러 면에서 성과를 축적하며 한국 연극 발전에 작은 역할을 해오고 있다. 이는 오로지 극장 복원을 위해 끈질긴 노력을 기울인 명동상가번영회 여러분들의 혜안 덕분이다. 물론 이들의 깊은 뜻을 예산 확보로 뒷받침한 정부의 정책 결정이 현명했음을 한국연극사가 기록할 것이다.

구자흥 < 명동예술극장장 koo.jahung@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