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지도부를 교체하는 18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 대회)가 열흘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권력투쟁 징후가 끊이지 않고 있다.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시 서기를 숙청하는 데 앞장섰던 원자바오(溫家寶) 총리의 재산(최소 27억달러 추정)이 뉴욕타임스(NYT)에 공개된 것은 태자당의 조직적인 반격이었다는 주장이 나왔다. 정치적 입장이 다른 장쩌민(江澤民) 주룽지(朱鎔基) 리펑(李鵬) 리루이환(李瑞環) 등 당 원로들이 최근 줄줄이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도 계파 간 암투가 계속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최고 권력인 정치국 상무위원도 ‘7명설’과 ‘9명설’이 여전히 분분하다.

◆태자당, 원자바오 공격

중화권 뉴스 사이트인 보쉰(博迅)은 31일 류위안(劉源) 인민해방군 대장과 왕쥔(王軍) 전 중신(中信)그룹 회장 등 태자당 그룹이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인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과 가까운 원 총리의 재산 관련 자료를 NYT에 넘겼다고 주장했다.

보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3월 전인대 회의에서 원 총리가 보시라이를 공개적으로 비난한 데 불만을 품고 원 총리와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 등을 공격하기 위한 비리 자료를 만들었다. 이들은 은행 회의실 등에서 수차례 비밀회의를 열었다고 보쉰은 주장했다. 시진핑은 태자당으로 분류되지만 보시라이 처벌을 묵인해 이들의 공격 대상이 됐다.

류위안의 부친은 문화혁명 때 숙청된 류사오치(劉少寄) 전 국가주석이다. 류사오치와 보시라이의 부친 보이보(薄一波) 전 부총리는 과거 친밀한 관계였다. 류위안 역시 보시라이와 같은 파벌로 분류돼왔다.

왕쥔의 부친은 왕전(王震) 전 국가부주석이다. 왕전은 시진핑의 부친인 시중쉰(習仲勳) 부총리와 정치투쟁을 벌인 악연이 있다. 그래서 류위안과 왕쥔은 시진핑에 대한 비리 자료도 만들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차기 총리로 내정된 리커창(李克强) 부총리도 최근 친동생이 국무원의 감독을 받고 있는 국가연초전매국 부국장으로 근무하고 있다는 폭로 기사가 나와 정적들의 견제를 받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당 원로들도 세력 경쟁

당 원로들도 세력 경쟁을 하고 있다. 인민일보는 이날 리란칭(李嵐淸) 전 부총리가 쓴 ‘장쩌민 찬양 글’을 게재했다. 장 전 주석은 최근 베이징 국가대극원에서 쩡칭훙(曾慶紅) 전 국가부주석과 함께 오페라를 관람했고 상하이해양대학 10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하는 등 활발한 공개 행보를 보이고 있다.

30일에는 리펑 전 총리가 옌안(延安)대학에 300만위안을 출연했다는 소식을 관영 언론이 전했다. 주룽지 전 총리도 지난 24일 모교인 칭화대 경영관리학원 자문위원회 회의에 참석했다. 지난 7일에는 리루이환 전 정협 주석이 베이징 테니스대회를 관람했다.

중국 정가에서는 이 같은 원로들의 잦은 노출이 당내 갈등을 반영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치국 상무위원을 비롯한 지도부 구성 협상이 아직도 진행 중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중화권 매체 둬웨이(多維)는 이날 후진타오가 당 군사위 주석직을 2년간 더 지킬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후 주석이 물러나고 측근인 리커창 부총리 또는 리위안차오(李源潮) 당 조직부장을 군사위 부주석에 앉힐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때 정치국 상무위원 탈락설이 돌았던 류옌둥(劉延東) 국무위원, 왕양(汪洋) 광둥성 서기 등의 재진입설도 여전히 흘러나오고 있다.

베이징=김태완 특파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