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데스크] '왕따' 당하는 안종범·강석훈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정종태 정치부 차장 jtchung@hankyung.com
‘안종범·강석훈.’ 기사에 등장할 때마다 쌍둥이처럼 붙어 다니는 두 사람은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 캠프의 핵심 브레인이다. 지난 4·11총선 때 나란히 국회에 입성했다. 경제학자 출신으로 당내 최고 정책통이며, 정치적 지향점도 비슷하다.
개인적으로 나는 오래 전부터 두 사람을 알아왔다. 경제부 기자 시절, 거시경제나 재정·세제 관련 기사를 쓸 때마다 두 사람은 코멘트를 따는 단골이었다. 막히는 이슈가 생기면 언제나 명쾌한 해석을 제시했다.
여의도 정치판에서 두 사람을 다시 만난 지 2개월. 공교롭게도 이들을 통해 우리 정치의 현실을 보게 됐다. “과연 정치에서 정책이란 게 얼마나 중요할까?” 여의도 정치를 취재하기 시작하면서 가장 크게 들었던 의문이다. 섣부른 결론일 수 있지만, 안타깝게도 우리 정치 현실에선 정책은 의미가 없다는 게 내가 내린 결론이다.
“정치에 정책이 어딨어?”
당내 대표 정책통인 두 사람이 지금 혼돈에 빠져 있는 모습만 봐도 그렇다. 두 사람은 박근혜 캠프 내에서 누구보다도 정책과 공약에 대해 많이 안다. “지난 5년간 연구해온 결과물을 이번 대선에 쏟아내고 싶다”(안 의원), “정말 제대로 된 정책 선거란 게 뭔지 보여주겠다”(강 의원)며 각오가 대단했던 두 사람이다.
하지만 모두 허사가 돼 가고 있다. 과거사 공방과 야권 후보 단일화 이슈가 모든 것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이번 대선이 이상하지 않냐”는 물음에 대한 캠프 유력인사의 대답. “에이, 정치에 정책이 어딨어? 다 헛소리야. 정치는 정치일 뿐이지.”
그나마 나오는 공약조차 자극적인 구호로 가득하다. “공약이란 정치적 의미를 듬뿍 담아 누가 더 섹시하게 포장해 내놓느냐의 게임”이라는 게 각 캠프 관계자들의 ‘솔직 토크’다. 그러다보니 공약에는 실체보다 허풍이 잔뜩 들어가 있고, 갈수록 선정적이고 센 것들이 넘쳐난다.
이런 척박한 여의도 정치판에서 “정책으로 승부하겠다”는 안-강 같은 사람들이 설 자리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이래저래 어깨가 처진 두 사람의 모습을 볼 때마다 안쓰럽다는 생각이 든다. 이는 비단 새누리당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두 사람을 통해 또 우리나라 보수정당의 한계도 보게 된다. 이들은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확고한 시장경제 옹호론자다. 본인들의 철학이나 경제관을 현실 정치에서 실현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국회로 들어갔다.
보수가 ‘왕따’ 되는 보수정당
하지만 여야가 이상한 ‘좌클릭’ 경쟁을 벌이면서 이들의 소신은 바위에 부딪친 달걀 신세가 됐다. 새누리당에서 좌클릭을 주도하는 곳이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이다. 모임 내 강경파 의원들 사이에서 두 사람은 ‘트로이의 목마’로 불린다. 금산분리 강화, 순환출자 규제 등 경제민주화 법안을 발의할 때마다 반대표를 던지기 때문이다. 모임 내에선 공공연한 ‘왕따’ 신세다.
‘경제민주화 선구자’를 자임한 김종인 행복추진위원장한테도 미움을 사 공약본부에서 퇴출당했다. 박근혜 공약에 관한 한 김 위원장이 전권을 쥐고 있는 만큼 요즘 둘은 김 위원장 눈치를 보고 다닌다. 안타깝기 짝이 없다. 둘 중 한 사람이 최근 사석에서 이런 말을 했다. “아직도 국회의원과 학자 사이에서 정체성 혼란을 느낀다. 외로운 섬에 떠있는 기분이다. 술 한 잔 하고 울적해질 때마다 괜시리 정치판에 왔다는 후회도 든다.”
정책이 통하고, 보수와 진보가 선의의 경쟁을 벌이는 정치, 그래서 두 사람이 정치인이 되길 잘했다고 느끼는 그런 때가 오기는 할까.
정종태 정치부 차장 jtchung@hankyung.com
개인적으로 나는 오래 전부터 두 사람을 알아왔다. 경제부 기자 시절, 거시경제나 재정·세제 관련 기사를 쓸 때마다 두 사람은 코멘트를 따는 단골이었다. 막히는 이슈가 생기면 언제나 명쾌한 해석을 제시했다.
여의도 정치판에서 두 사람을 다시 만난 지 2개월. 공교롭게도 이들을 통해 우리 정치의 현실을 보게 됐다. “과연 정치에서 정책이란 게 얼마나 중요할까?” 여의도 정치를 취재하기 시작하면서 가장 크게 들었던 의문이다. 섣부른 결론일 수 있지만, 안타깝게도 우리 정치 현실에선 정책은 의미가 없다는 게 내가 내린 결론이다.
“정치에 정책이 어딨어?”
당내 대표 정책통인 두 사람이 지금 혼돈에 빠져 있는 모습만 봐도 그렇다. 두 사람은 박근혜 캠프 내에서 누구보다도 정책과 공약에 대해 많이 안다. “지난 5년간 연구해온 결과물을 이번 대선에 쏟아내고 싶다”(안 의원), “정말 제대로 된 정책 선거란 게 뭔지 보여주겠다”(강 의원)며 각오가 대단했던 두 사람이다.
하지만 모두 허사가 돼 가고 있다. 과거사 공방과 야권 후보 단일화 이슈가 모든 것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이번 대선이 이상하지 않냐”는 물음에 대한 캠프 유력인사의 대답. “에이, 정치에 정책이 어딨어? 다 헛소리야. 정치는 정치일 뿐이지.”
그나마 나오는 공약조차 자극적인 구호로 가득하다. “공약이란 정치적 의미를 듬뿍 담아 누가 더 섹시하게 포장해 내놓느냐의 게임”이라는 게 각 캠프 관계자들의 ‘솔직 토크’다. 그러다보니 공약에는 실체보다 허풍이 잔뜩 들어가 있고, 갈수록 선정적이고 센 것들이 넘쳐난다.
이런 척박한 여의도 정치판에서 “정책으로 승부하겠다”는 안-강 같은 사람들이 설 자리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이래저래 어깨가 처진 두 사람의 모습을 볼 때마다 안쓰럽다는 생각이 든다. 이는 비단 새누리당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두 사람을 통해 또 우리나라 보수정당의 한계도 보게 된다. 이들은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확고한 시장경제 옹호론자다. 본인들의 철학이나 경제관을 현실 정치에서 실현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국회로 들어갔다.
보수가 ‘왕따’ 되는 보수정당
하지만 여야가 이상한 ‘좌클릭’ 경쟁을 벌이면서 이들의 소신은 바위에 부딪친 달걀 신세가 됐다. 새누리당에서 좌클릭을 주도하는 곳이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이다. 모임 내 강경파 의원들 사이에서 두 사람은 ‘트로이의 목마’로 불린다. 금산분리 강화, 순환출자 규제 등 경제민주화 법안을 발의할 때마다 반대표를 던지기 때문이다. 모임 내에선 공공연한 ‘왕따’ 신세다.
‘경제민주화 선구자’를 자임한 김종인 행복추진위원장한테도 미움을 사 공약본부에서 퇴출당했다. 박근혜 공약에 관한 한 김 위원장이 전권을 쥐고 있는 만큼 요즘 둘은 김 위원장 눈치를 보고 다닌다. 안타깝기 짝이 없다. 둘 중 한 사람이 최근 사석에서 이런 말을 했다. “아직도 국회의원과 학자 사이에서 정체성 혼란을 느낀다. 외로운 섬에 떠있는 기분이다. 술 한 잔 하고 울적해질 때마다 괜시리 정치판에 왔다는 후회도 든다.”
정책이 통하고, 보수와 진보가 선의의 경쟁을 벌이는 정치, 그래서 두 사람이 정치인이 되길 잘했다고 느끼는 그런 때가 오기는 할까.
정종태 정치부 차장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