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꺄르르 이인의 러브 토크] 연애를 위한 연애는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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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꺄르르 이인의 러브 토크] 8화. 연애를 위한 연애는 위험하다
외로운 현대인을 위해 연애는 신흥 종교로 우뚝 솟았습니다. 종교(宗敎)가 글자 그대로 세상의 으뜸가는 가르침이자 세상을 이해하는 원리라면, 연애야말로 이 시대 최고의 종교입니다. 어떤 하나의 종교가 유일한 가르침으로써 지구마을을 지배하지 않는 상황에서 사랑이라는 종교는 모두를 엄한 근본주의자로 만듭니다. 이념이 사라진 시대에 사랑이 최후의 이념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사랑은 종교를 참 많이 닮았습니다. 인간이 인간으로서 살아갈 때 인간은 단 한 명의 예외도 없이 외롭고 괴롭습니다. 외로움과 괴로움에 녹초가 된 우리는 지푸라기를 잡듯 뭔가 기댈 곳을 찾습니다. 그래서 종교가 생겨나죠. 인류사 어느 문명에서건 종교가 인간들의 삶에 바짝 붙어 있었던 것은 이 때문입니다. 종교가 사람들에 게 큰 힘이 되어주고 있다는 건, 한편으로 그 사회가 자못 고통스러운 곳임을 드러내죠.
종교가 하던 기능을 오늘날엔 사랑이 갈음하고 있습니다. 많은 이들이 사랑을 통해 위로받고 힘을 얻죠. 지치고 고달플 때, 연애하면서 우리는 고통을 견뎌내고 삶의 의미를 찾습니다. 종교든 사랑이든 이전까지와는 전혀 다른 삶을 살면서 행복해지라고 우리를 손짓합니다. 사랑과 종교를 통해서 ‘새사람’이 되는 일도 흔합니다. 종교 가 상처받고 두려워하는 사람들을 토닥이며 끌어안듯 사랑 또한 인생의 아픔들을 드러내어 치유되도록 해줍니다. 이처럼 종교와 사랑은 쏙 빼닮았습니다.
연애는 종교행사가 되고, 이때 불문율로 교리가 생겨납니다. 바로 내 옆에 있는 이 사람만을 사랑해야 하며 다른 사람을 섬겨서는 안 됩니다. 그 밖에도 사귀는 사람 사이에 지켜야 할 의무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런 구속에 불편함을 느끼기보다 기꺼이 즐기며, 비종 교인들과 구별해가며 자신들만의 유대를 단단히 하는 것까지 사랑은 종교를 빼다 박았죠.
그런데 다른 종교와 달리 사랑교는 선택하지 않을 자유가 없습니다. 사람은 태어나는 순간 사랑교 모태신자가 되거든요. 사랑교는 지구동네를 휩쓴 최강의 종교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종교사회에서 비신자로 살아가는 건 외롭고 괴롭습니다. 온통 사랑교 교인들뿐이니까요. 비신자는 배신자처럼 되어버립니다.
이러다 보니 사랑이라는 종교행사를 치르지 않는 사람들, 주말에 데이트가 없거나 하다못해 소개팅 건수라도 없는 사람들은 꿀꿀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 시간에 꼭 이성을 만나지 않아도 되건만, 자신만이 소외된 듯 뭔가 허전함에 사로잡힙니다.
사랑교 신도로 넘쳐나는 이 세상에서 대중매체들은 ‘짝이 없으면 불행한 것’이라고 소리칩니다. ‘손잡고 영화관에 가는 청춘남녀들 을 부러워하고 솔로인 자신을 부끄러워하라’며 윽박지르죠. 이러니 솔로는 저절로 움츠러들고‘내가 어디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시름에 잠기게 됩니다.
그런가 하면 (주말마다 교회에 가서 성실히 예배를 드린 신도가 일상에서는 늘 탐욕에 휘둘리듯) 사랑교인들 또한 아무리 열심히 연애를 해도 자기 삶에 딱히 도움이 안 될 때가 많습니다. 사랑교의 광신도가 되어 열심히 사랑했건만, 지나고 보니 과연 뭘 했나 싶을 때도 수두룩하죠. 남들에게 꿀리지 않고자, 남들에게 과시하기 위해서, 비신자가 되지 않고자, ‘연애를 위한 연애’를 하기 때문입니다.
당신이 정해진 의식을 따르며 사랑교 신자 노릇을 하는 까닭은, 정말 사랑해서가 아니라 마주치고 싶지 않은 문제를 조금이나마 잊을 수 있기 때문 아닌가요? 내 삶에 어떤 말썽이 났는데, 우리는 연애를 아편처럼 ‘자신을 속이고 잠깐의 떨림에 만족’하기 위해 이용하면서 진짜 문제를 회피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프랑스의 여성학자 보부아르는『제2의성』에서 “자기 스스로를 정당화할 수 없는 여자들이 종교와 나르시시즘 그리고 사랑을 통해 자신을 정당화하고자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인류 역사에서 수많은 종교가 민중에게 힘이 되기는커녕 권력자들과 짬짜미를 하면서 뒤틀린 세상을 유지해왔듯, 사랑교 또한 오늘날 우리의 눈을 가리고 귀를 막는 구실을 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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