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버텨라"…현대차 비상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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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구 회장 해외경영전략 회의
달러당 1070원대 시나리오 준비
해외공장 풀가동·비용절감 '특명'
달러당 1070원대 시나리오 준비
해외공장 풀가동·비용절감 '특명'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원화 강세에 대응하기 위해 환율 대책을 세울 것을 경영진에게 주문했다. 정 회장은 지난 29일 주요 임원을 대상으로 해외 경영전략회의를 주재하고 환율 동향에 관한 보고를 받았다. 원·달러 환율은 25일 1년 만에 1100원 선이 붕괴된 이후 하락을 거듭해 1000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그는 자동차 수출 현황과 외환 관련 영업 손익 및 수익성 개선 방안을 점검했다. 현대차 고위 관계자는 “지속적인 유로화 약세에 4분기부터 달러화 약세까지 겹쳐 환율이 매출 감소의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며 “환율 하락에 따른 손실을 줄이기 위해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전했다.
○환율 비상체제 가동
현대·기아차는 3분기 실적 발표가 마무리된 이번주부터 환율 비상체제에 본격 돌입했다. 내년 사업계획 수립 시기를 당초보다 앞당기고 환율 전망치를 낮췄다.
이원희 현대차 재경본부장(부사장)은 25일 열린 3분기 실적 발표에서 “시장에서 예상하는 내년 환율은 1076원이지만 이보다 보수적으로 경영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보다 수출 비중이 높은 기아차는 이보다 낮은 1070원대에 사업계획을 마련할 예정이다.
환헤징, 결제통화 다변화, 해외생산 확대 등 그동안 추진해 왔던 환리스크 관리 방안도 가동했다. 정 회장은 달러뿐 아니라 엔화, 유로화 등에 대해서 원화 강세가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환율 손실을 만회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관계자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만들어 전략을 짜고 있다”며 “유럽 경제위기와 환율 변동 등 불안한 경제 상황에 대비해 원가 구조 개선 및 경비 절감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원화 강세 영향은 ‘제한적’
업계는 원화 강세가 지속되더라도 환율 변동이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해외 생산 비중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현대차의 국내 공장 생산 비중은 2006년 64.5%에서 지난해 46.3%로, 기아차는 90.5%에서 62.3%로 줄었다. 신정관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1% 변동할 때 영업이익 변동 폭은 현대차와 기아차가 각각 1.0%, 1.4% 정도로 환율이 미치는 영향은 중립적”이라며 “브랜드 가치 상승, 품질 경쟁력 증가로 경쟁력을 갖추면서 예전처럼 환율 변동에 대한 타격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격 경쟁력이 관건
문제는 가격 경쟁력이다. 해외 시장에서 경쟁 업체보다 낮은 가격으로 승부해온 현대·기아차에 원화 강세는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 있다. 원·달러 환율이 급락했던 2006년 상황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006년 11월 현대차 미국판매법인(HMA)의 판매량은 전년 대비 14.9% 줄어든 반면 일본 도요타는 판매가 15.9% 늘었다.
국내 시장에서도 수입차 업체들의 공세가 거세지고 있다. 원·유로 환율이 올초 1510원대에서 1410원대까지 떨어지자 수입차 업계는 공격적으로 신차 가격을 낮추고 판매량을 늘리고 있다.
조철 산업연구원 주력산업팀장은 “일본 자동차 회사들이 엔고 위기 속에 살아남기 위해 기초 체력을 튼튼히 했지만 현대·기아차는 우호적인 환율 아래 반사적 이익을 누리면서 급성장했다”며 “현대·기아차가 브랜드 이미지 제고와 품질 개선을 통해 시장 방어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