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년간 콘크리트 전봇대 생산 한우물을 파온 원기업. 이 회사가 2009년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가로등에 디자인을 접목하기 위해 콘크리트와 천연석을 혼합·연마한 친환경 혼합석재 ‘디자인폴’ 개발에 전격 뛰어든 것이다. 천연석을 사용해 기존 철재나 스테인리스 제품의 삭막한 느낌을 없애고 고대 그리스 신전의 돌기둥을 연상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또 가로등에 금속류를 부착해 제품을 얇게 보이는 착시효과를 일으켰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2010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린 서울 아셈로에 원기업 제품이 설치됐다. 이후 전국 디자인거리, 수도권 자전거도로 조성사업에도 활용됐다. 이뿐만 아니다. 지난 17일엔 디자인폴에 대한 원천기술을 이전받은 일본 요시모토폴사와 10년간 역수출 계약을 맺었다. 자신들이 개발한 가로등보다 디자인이 더 깔끔하고 미니멀하다는 평가였다. 기존의 연마 기술을 개선해 생산 단가를 4분의 1로 줄인 것도 영향을 미쳤다. 원부성 원기업 회장(58)은 “소재와 디자인 혁신으로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며 “사양산업의 한계를 딛고 신성장동력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1964년 설립된 이 회사는 ‘삼원기업’이란 상호를 내걸고 사업을 시작했으며 콘크리트 전봇대, 레미콘 등을 제조한다. 원 회장의 아버지이자 창업주인 고(故) 원용선 회장은 국내 최초로 콘크리트 전봇대를 만들었다. 나무 전봇대를 만들기 위해 삼림을 훼손하는 것을 막기 위한 아이디어였다.

원부성 회장은 아버지의 뒤를 이어 1989년 회장 자리에 오르고 상호를 ‘원기업’으로 바꿨다. 하지만 위기의 연속이었다. 콘크리트 산업이 ‘굴뚝산업’으로 황폐화되고 있던 탓이다. 1998년엔 외환위기로 국내 경기가 침체되면서 부도가 나기도 했다. 4년 만에 회사를 다시 일으켜세운 그는 새로운 돌파구를 찾는 데 주력했다. 원 회장은 “아버지가 국내 최초로 콘크리트 전봇대를 만들어 시장 판도를 변화시켰듯 기발하고 참신한 제품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디자인폴이 제2의 혁신을 이루는 열쇠가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최근 세 번째 혁신에 나섰다. 디자인폴을 건축자재로도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발한 것이다. 원 회장은 “기존 철골구조 방식과 달리 공장에서 완제품으로 생산한 후 시공하기 때문에 공기를 대폭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별도의 마감 처리를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건물 외관상 미적 완성도가 높다”며 “새로운 개념의 건축자재를 통해 틈새 시장을 적극 공략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시장 개척에도 가속도를 낼 방침이다. 내년부터 일본 나가노, 미국 로스앤젤레스, 중동 카타르 지역에 디자인폴을 공급할 계 획이다.

원 회장은 “지난해 매출은 220억원에 달했다”며 “올해도 매출 350억원을 기록하는 등 성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