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6일 미국 대선일을 앞두고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공화당의 미트 롬니 후보가 ‘투표 분쟁’에 대비해 대규모 법무팀을 가동하고 있다고 USA투데이가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두 진영은 예측불허 판세가 지속되자 ‘2000년 대선 악몽’이 재연될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후보와 민주당의 앨 고어 후보가 맞붙은 2000년 대선 당시 플로리다주의 수작업 개표를 둘러싼 양측의 법리공방으로 선거 후 35일 동안 당선자가 확정되지 않았다. 연방대법원이 결국 부시의 손을 들어주면서 고어는 전국 득표 수에서 54만표를 더 얻었지만 선거인단 확보 수에서 4명이 밀려 패했다.

현지 언론들은 이번 선거에서도 전산 오류, 부재자 투표 등으로 최종 당선자 확정이 늦어질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특히 플로리다 버지니아 콜로라도 등 핵심 경합주를 비롯해 17개주가 채택하고 있는 터치스크린 투표 방식에서 약간의 전산 오류만 생겨도 승패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두 진영이 대규모 범무팀을 가동하면서 각종 투표 분쟁 시나리오에 대비하고 있는 배경이다.

오바마 캠프 법무팀은 백악관 수석 법률고문을 지낸 로버트 바우어가 이끌고 있다. 바우어는 지난해 6월 백악관 고문직에서 물러나 오바마의 개인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오바마의 재선 캠프에서 총괄적인 법률 자문 역할을 해왔다. 롬니의 법률팀 수장은 2000년과 2004년 대통령 선거 때 부시 캠프의 수석 법률고문이었던 벤저민 긴스버그다. 공화당의 선거법 전문가로 활동해온 긴스버그는 2000년 재개표와 관련한 분쟁 기간에 부시 후보의 변호사를 맡았던 베테랑이다.

대선을 1주일 앞둔 상황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전국 지지율에서 롬니에게 소폭 뒤지는 반면 경합주에서 우세를 보이고 있다. 오바마가 전국 유권자 득표 수에서 뒤지면서도 더 많은 선거인단을 확보해 재선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미국 대선 사상 전국 득표 수에서 뒤지고 선거인단 확보에서 이겨 당선된 경우는 네 차례 있었지만 현직 대통령의 재선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 경우는 없었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