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행사 참석하기, 마라톤 뛰기, 인터넷으로 숙제하기, 거리에서 장사하기, 호텔에서 외국 방송 보기, 슈퍼마켓에서 칼 사기….”

요즘 베이징에서 할 수 없거나, 해서는 안 되는 일들이다. 11월8일 18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가 다가올수록 이런 금지 항목은 점점 늘어난다. 이번 대회는 후진타오(胡錦濤) 당 총서기가 시진핑(習近平) 부주석에게 당권을 물려주는 중요한 행사다. 그래서 중국 경찰은 만일의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아예 국민들의 손과 발을 묶어버리는 원천 봉쇄 작전을 쓰고 있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베이징협의회는 지난 27일 ‘통일기원 한마음 걷기대회’를 베이징시를 벗어나 허베이(河北)성에 있는 한 공원에까지 가서 열었다. 당초 이 행사는 베이징에 있는 한 공원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그러나 베이징 공안당국은 행사 2주일 전 “베이징에서는 안 된다”고 입장을 바꿨다. 주최 측은 부랴부랴 허베이성에 있는 공원과 협의해 장소를 바꿀 수밖에 없었다.

세계적 대회인 베이징마라톤을 후원하는 현대자동차 관계자들도 요즘 좌불안석이다. 당초 10월14일로 예정됐던 대회 개최일이 11월1일로 연기됐다가, 다시 11월25일로 바뀌었다. 그러나 당 대회가 끝나도 최소 2주일간은 행사를 열 수 없을 것이라는 말이 돌고 있어 날짜를 최종 확정짓지 못하고 있다.

교민뿐 아니다. 젠빙(煎餠·핫도그와 비슷한 중국의 전통빵)을 파는 베이징 거리의 장사꾼은 물론 시내 중심가 싼리툰(三里屯)에 있는 고급식당 주인까지도 경찰에게 ‘당분간 영업하지 말라’고 위협받고 있다. 평소에도 속도가 느리기로 유명한 베이징의 인터넷서비스는 요즘 태업 수준이다. 접속이 안 되는 사이트가 부지기수다. 일부 국제학교에서는 인터넷 접속 불량으로 학생들이 숙제를 하지 못하는 사태가 계속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서 18대 당대회를 뜻하는 ‘스바다(十八大)’ 검색을 차단시켰다. 일부 호텔 TV는 아예 채널이 국영방송에 고정돼 있다. 베이징으로 오는 기차를 타는 사람들은 모두 실명으로 표를 샀는지 일일이 검사받아야 한다.

베이징으로 들어오는 주요 길목의 검문 검색도 강화됐다. 베이징에서 차가 막히면 중국인들조차 “이게 다 당대회 때문”이라고 말한다. 공산당의 강압적 정책과 공무원들의 복지부동이 빚어낸 베이징의 새로운 풍속도다.

김태완 베이징 특파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