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종주국 미국에 원자력 기술을 수출한 첫 사례가 나왔다. 미국에서 개발 중인 소형 모듈 원전(SMR)에 한국산 핵연료 기술이 들어가게 된 것. 기존 원전의 10분의 1 크기인 SMR은 차세대 원전으로 각광받고 있다.

29일 지식경제부와 업계에 따르면 한국전력 자회사인 한전원자력연료는 최근 미국 원자력업체인 뉴스케일파워로부터 1200만달러 규모의 SMR용 핵연료 개발 용역을 수주했다. 핵연료는 핵분열을 일으켜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물질로, 우라늄 플루토늄 등이 함유돼 있다. 한국원자력연료는 이번 계약에 따라 2017년까지 뉴스케일파워가 개발하고 있는 SMR에 들어갈 핵연료에 대한 기술 설계 및 지원, 자문, 정부 인허가 획득 등을 담당한다.

한전원자력연료는 원전에 들어가는 핵연료를 설계·제조하는 회사다. 해외에서 핵분열을 일으키는 농축 우라늄을 들여와 가공한다. 국내 모든 원전에는 이 회사가 개발한 핵연료가 들어간다. 지난해 미국 원전 업체인 웨스팅하우스와 핵연료봉을 납품하는 계약을 맺었지만 기술 자체를 수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경부 관계자는 “원전 선진국인 미국에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를 수출하는 것에 의의가 있다”며 “한국 원자력 기술의 우수성을 입증받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국원자력연료는 SMR과 구조가 다르지만 규모가 비슷한 중소형 원전인 ‘스마트’ 원자로의 핵연료를 개발한 점을 높게 평가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이 아랍에미리트(UAE) 원전을 수주한 경험도 도움이 됐다. 한국원자력연료는 뉴스케일파워와 2~3년 동안 기술 협의를 거쳐 최종 계약을 체결했다.

SMR은 지난해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후 전 세계 원자력 발전 시장의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기존 원전은 규모가 100만㎾ 정도로 크고 연료봉을 식히는 데 많은 냉각수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바닷가에 주로 건설한다. 반면 SMR은 10만~20만㎾ 규모 소형 원전으로 복잡한 설비를 원자로 용기 안에 넣어 조립식으로 만들 수 있다. 건설에서 가동까지 걸리는 시간도 기존 원전보다 2년 정도 짧다.

정부는 이번 계약으로 한국이 SMR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SMR은 아직 상용화 전 단계에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SMR 등 전 세계 중소형 원자로는 2050년까지 1000기가 건설될 전망이다. 3500억달러(약 385조원)에 이르는 시장 규모다.

■ 소형 모듈 원전(SMR)

small modular reactor. 발전량이 10만㎾ 내외인 소규모 원전. 기존 대형 원전의 10분의 1 규모다. 크기가 워낙 작아 사고가 나도 물 없이 공기만으로 식힐 수 있어 내륙에 건설할 수 있다. 건설 기간도 짧아 경제성도 뛰어나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