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 산하 조세연구원이 부가가치세 인상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보고서를 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대선후보들이 무상·반값 공약을 쏟아내면서도 엄청난 재원에 대해선 제대로 된 해답을 내놓은 적이 없기에 더욱 주목을 끈다. 부가세는 지난해 51조9000억원이 걷혀 국세의 27%를 차지한 최대 세목이다. 그러나 1977년 10% 단일세율로 도입된 이래 35년간 한번도 조정된 적이 없다. 부가세 인상 시 저소득층 세부담이 커질 것이란 역진성(逆進性) 우려로 논의 자체를 기피해온 탓이다.

하지만 세간의 통념과 달리 부가세는 역진적이라고 보기 힘들다는 게 조세연구원의 분석이다. 가계소득 대비 부가세 실효 세부담률은 평균 3.6%인데 소득 최하위 1분위(3.6%)부터 상위 9분위(3.5%)까지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최상층인 10분위에서만 3.1%로 다소 낮았지만 전체 가구의 세부담은 대체로 소득에 비례했다. 이처럼 부가세의 역진성이 관찰되지 않는 것은 다양한 면세, 영세율, 간이과세 등 감면제도가 있기 때문이다. 생필품 농산물은 면세대상이어서 부가세율을 올려도 저소득층이 받을 영향은 미미하다. 더구나 고가품에는 개별소비세를 물려 사실상 누진과세하는 게 국내 소비세 구조다.

물론 부가세를 올리자는 얘기는 전혀 아니다. 하지만 이번 문제 제기는 세금에 대한 그동안의 터무니 없는 편견을 무너뜨리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시도라고 본다. 부가세는 세원이 광범위하고 징세가 편리하다. 그런 점에서 유럽 선진국들도 복지재원 마련에 사회보장세 대신 주로 부가세를 인상해 충당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부가세율이 18.5%에 이르고 스웨덴·덴마크는 25%다.

대선후보들은 이 문제에 대해선 모호한 태도로 일관한다. 김종인 새누리당 위원장이 부가세 인상을 언급했다가 하루 만에 뒤집었을 뿐이다. 해마다 수십조원이 들어갈 복지 확대를 앞다퉈 공약하면서 부작용이 크고 증세 효과도 미미한 부자증세만 외친다. 실로 무책임하다. 우리는 감세가 정답이라고 보지만 기어이 세금을 올린다면 토론이나마 사실과 과학적 분석에 입각해 제대로 해야 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