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비핵화와 평화를 위해 적절한 여건이 갖춰질 경우 북한을 직접 방문하는 방안도 검토 중입니다.”

역대 11번째로 서울평화상을 수상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29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서울평화상 시상식에서 한반도 문제 해결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내보였다. 반 총장은 “북한이 모든 핵무기 포기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국제사회의 촉구에 귀를 기울이고 북한 주민들의 삶을 개선하기를 바란다”며 “유엔은 영유아와 취약계층 등 지원 대상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평화상은 1988년 160여개국이 서울에서 인종과 종교 이념의 벽을 넘어 평화를 염원하며 치른 서울올림픽을 기념해 1990년 만든 상이다. 세계 평화와 인류 화합에 기여한 인물이나 단체에 2년마다 상장과 20만달러의 상금을 수여한다.

서울평화상 심사위원 대표인 유장희 동반성장위원장은 “국제 분쟁 해결, 기후변화 문제의 국제 이슈화, 인권 개선, 국제 평화 정착에 탁월한 업적을 보여준 반 총장을 서울평화상 수상자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시상식에는 한 시간 전부터 강창희 국회의장, 최광식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 등 주요 인사와 취재진이 몰려 반 총장의 수상을 축하했다. 반 총장은 “대한민국의 아들로서,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서울평화상을 수상하게 돼 기쁘다”며 “서울평화상은 세계 평화를 위한 유엔의 활동과 유엔 직원들에게 보내는 찬사”라고 말했다.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의 역할이 커져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반 총장은 “역동적인 민주주의와 잘 확립된 법치주의를 갖추고 있는 대한민국은 정치적 변혁을 겪고 있는 국가들에 교량 역할을 할 수 있다”며 “대한민국은 그동안의 수준을 넘어서는 대외원조 공약 등을 통해 지속가능한 개발에 더 큰 기여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이사국으로 선출된 대한민국은 국제평화유지에 공헌할 수 있게 됐다”며 “최근 신생국 남수단에 평화유지군을 파견하기로 한 결정은 한국의 역할을 더욱 강화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반 총장은 김황식 국무총리를 만나 “한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이사국에 진출하고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을 유치한 것은 한국 외교의 쾌거”라고 말했다. 그는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5년까지 법적 구속력이 있는 조약을 체결해야 한다”며 “이제는 한국의 책임이 막중해졌다”고 말했다. 반 총장은 “한국이 국제사회의 위상을 바탕으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관계를 조정하는 데 역할을 해야 한다”며 “GCF가 1000억달러의 기금을 모으는 데도 한국이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