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5년 전만 해도 국내 광고대행사들의 과제는 '해외 유명 광고대행사와의 실력 경쟁'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해외 대표 광고대행사를 인수하는 것은 물론 세계 최고 광고제에서도 역대 최고 성적을 내고 있다.

국내 총 광고비는 지난해 9조 원을 넘어섰다. 올해 10조 원을 돌파할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의 확산으로 모바일 광고 시장이 무섭게 성장하는 추세다. 모바일 광고 시장은 지난해 600억 원 가량이었고, 올해 2000억 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2년 가을 광고대행사들은 분주하다. 올 들어 부쩍 성장한 이들의 경쟁력을 짚어봤다.
[광·대 열전] 제일기획 "아이디어의 품격이 다르다"
[광대(광고대행사)열전 1] 업계 1위, 제일기획

올해 칸 광고제, 한국 최다 수상
세계 30개국 55개 거점에서 '한국 광고' 저력 보이는 중

제일기획은 올해 세계 1위 광고회사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지난 7, 8월 연달아 미국 광고회사 맥키니, 중국 광고회사 브라보를 인수하면서 동서양 최대 시장을 동시에 공략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를 통해 제일기획의 세계 시장 공략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특히 현재 320억 달러 규모로 세계 3위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 광고 시장은 2015년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에 올라설 것으로 전망된다.

2007년 김낙회 제일기획 사장(61)이 대표 자리에 오르면서 '아이디어 경영'을 선포한 지 5년 여 만의 성과다.

김 사장은 이후에도 "지식과 경제 시대가 가고 아이디어 경제 시대가 오고 있다"고 끊임없이 강조해왔다. 제일기획은 글로벌 시장에서 통하는 작품을 내놓기 시작했다.

이는 올해 세계 광고대회 수상 풍년으로 이어졌다. 광고인들의 꿈이라고 할 수 있는 칸 광고제에서 제일기획은 올해 본상 12개 수상으로 한국 최다 수상 기록을 세웠다. 아시아 최고 권위의 광고제인 '스파익스 아시아 광고제'에서도 올해 한국 최초로 대상을 수상했다.

실력은 곧 '글로벌 광고 역량'이 됐다. 제일기획은 현재 세계 30개국 55개 거점을 운영 중이다. 특히 해외 거점의 최고경영자(CEO)를 현지 인력으로 영입해 로컬 리더십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아이디어 경영' 저력, 글로벌로 넓힌다"

제일기획이 업계 1위를 유지하고 해외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적을 이룬 것은 '아이디어 경영'을 뒷받침하는 유연한 조직문화가 큰 역할을 했다.

제일기획 관계자는 "고품격의 아이디어를 창출할 수 있도록 회사의 모든 근무 환경과 시스템 등 조직 문화를 아이디어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가장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호칭 제도. 제일기획은 전 직급을 '프로'로 통일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김 사장 역시 '김 프로'로 불린다. "직급 고하를 떠나 누구든 좋은 아이디어를 낼 수 있다"는 게 김 사장의 생각. 수직적인 직급 체계에선 아이디어의 발상과 소통이 원활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김 사장이 스스로를 CEO가 아닌 CIO(Chief Idea Officer)라고 지칭하는 것도 본인이 아이디어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광고계의 구글캠퍼스?

[광·대 열전] 제일기획 "아이디어의 품격이 다르다"
제일기획 사내 인테리어는 크게 두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임직원의 아이디어에 도움을 주는 곳, 둘째는 스트레스 해소 공간이다.

사내의 스트레스 케어 센터인 '휴(Hyu)'에선 심리전문가의 상담을 통해 정신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스트레스 분석기와 마사지기도 배치했다. 2층에 위치한 'i-스파(SPA)'는 아이디어가 샘솟는다는 의미의 휴게 및 회의 공간이다. 만화방이나 북카페와 같은 공간이 있다.

또 'i-스카이 존'이란 스카이라운지를 마련해 직원들이 한강과 남산을 내려다보며 아이디어 발상에 도움이 되도록 했다.

보통의 비상계단이 어둡고 음침한 공간이라면 제일기획에서는 갤러리다. 제일기획는 각 층의 비상계단마다 다른 벽화를 그려 사내 갤러리로 활용하고 있다.

온라인에서도 이같은 분위기는 이어진다. 제일기획의 아이디어 포털인 'i-펍(PUB)에선 직급, 직종에 상관없이 신입사원부터 사장까지 아이디어 교환이 이뤄진다.

회사 관계자는 "제일기획이 세계 16위 광고회사에 오른 저력은 이같은 사내 문화에서부터 시작했다" 며 "제일기획은 단순히 광고를 제작하는 회사가 아니라 광고주의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아이디어를 내놓는 '아이디어 컴퍼니'"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이지현 기자 edit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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