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아우디가 출시한 S6는 심장을 절반만 뛰게 할 수 있다. 8기통 엔진이지만 큰 힘이 필요하지 않을 때는 4기통만 움직이게 해 연비를 30%가량 개선했다.

‘트랜스포머’ 심장을 단 수입차가 국내에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8기통 엔진은 4기통, 6기통은 3기통으로 변신한다. 배기량을 줄이는 엔진 다운사이징과 달리 배기량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성능과 연비를 좋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자동차 회사마다 실린더의 작동을 멈추는 방식에 따라 명칭은 조금씩 다르다. 가속할 때는 엔진 성능을 100% 발휘하고 정속주행 시 50%만 사용하는 점은 동일하다. 주로 고배기량 슈퍼카들이 이 기술을 도입해 평균 15% 이상 연비를 개선했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지난 6월 출시한 SLK 55 AMG에 ‘실린더 매니지먼트 시스템’을 처음으로 적용했다. 5461㏄의 고배기량에 421마력을 내지만 연비가 9.1㎞/ℓ에 이른다. 전 모델보다 2.2㎞/ℓ 개선했다.

올초 선보인 벤틀리 컨티넨탈 GT도 ‘가변형 장치(배리어블 디스플레이스먼트)’를 최초로 도입해 연비를 7㎞/ℓ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폭스바겐그룹은 계열사인 벤틀리뿐만 아니라 아우디에도 이 기술을 전파했다. ‘실린더 온 디맨드’라는 시스템은 이달 국내 출시한 아우디 S6, S7, S8에 처음 적용됐다.

크라이슬러가 지난달 선보인 300C SRT8의 신형 6.4ℓ V8 엔진에도 액티브 밸브 배기 시스템이 들어간다. 고속도로나 내리막길을 달릴 때 4개의 실린더를 전자식으로 비활성화시켜 연비를 16% 개선했다.

혼다는 어코드 3.5 모델에 6기통에서 4기통, 3기통으로 3단계로 전환하는 ‘가변실린더제어(VCM) 시스템’을 적용했다. 연내 출시할 신형 어코드에도 개선된 기술이 적용된다.

‘반쪽 심장’은 중소형차까지 확대되는 추세다. 최근 파리모터쇼에서 공개된 폭스바겐의 7세대 골프는 4기통이 2기통으로 바뀐다.

직선도로에서 2개 실린더를 차단하는 ‘액티브 실린더 테크놀로지(ACT)’로 유럽기준 연비 25㎞/ℓ를 달성했다. 폭스바겐그룹은 앞으로 출시하는 폭스바겐 폴로와 아우디 A3 등 소형차에도 이 기술을 적용할 계획이다. 국산차는 이런 기술을 적용 중이거나 개발 예정인 모델이 없다.

이창우 아우디코리아 과장은 “예전에는 일부 실린더를 멈추는 과정에서 덜컹거리는 변속감이 느껴지고 엔진 소음이 심했지만 최근 자동차 회사들이 자체 기술을 개발한 덕분에 운전자가 변환 과정을 전혀 느끼지 못한다”며 “연비 개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소형차까지 적용범위가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