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들도 하기 힘든 조선소 용접기사로 여성 결혼이민자가 취업해 화제다.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시집 온 임혜청 씨(32·사진)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지난 8일 조선업계의 중견기업인 대은기업에 입사, 배의 ‘블록’을 만드는 일을 맡았다. 화물선은 크기가 워낙 커서 각 부분을 따로따로 만든 뒤 하나로 붙이는 데 이때 각각의 부분을 블록이라고 부른다. 온갖 중장비가 널린 조선공장 안을 오가며 불꽃과 싸워야 하는 일이다. 여성 결혼이민자들은 고된 육체노동을 피하는 게 보통이다. 특히 중공업 분야는 극히 드물다. 하지만 임씨는 이런 관행을 단박에 뛰어넘었다.

임씨가 ‘산업현장 여전사’가 된 이유는 아이 장래를 위한 것이었다. “우리 아이가 잘 크지 못하면 엄마가 외국인이어서 그렇다고 사람들이 말할 것 같아요. 아이를 잘 키우려면 엄마가 열심히 일해야죠. 아이가 공부를 열심히 해서 한국에서 성공했으면 좋겠어요.”

모성애의 힘인지 “용접 일이 하나도 힘들지 않다”고 그는 말했다. 베트남에서 구두 만드는 일을 했던 터라 중공업 근무경력은 없지만 큰 문제가 안된다는 설명이다. 임씨의 근무자세에 대한 회사 관계자의 평가도 좋다. 대은기업 관계자는 “한국인도 꺼려하는 힘든 일이지만 임씨는 의욕도 높고 근면성실하게 임한다”며 “3개월간의 현장교육을 거쳐 입사시킨 검증된 인재”라고 말했다.

임씨가 용접공이 된데는 주위 한국인들의 도움도 컸다. ‘낯선나라’ 한국에 처음 들어왔을 때는 가족만이 세상의 전부처럼 느껴졌지만 다문화가족지원센터 교사의 도움으로 점차 시야를 넓힐 수 있었다. 기술을 배우겠다고 결심했을 때 구체적인 방법을 가르쳐준 것도 지원센터 교사였다. 소개를 받아 한국폴리텍대 CO2용접과에 입학한 그는 3개월의 교육과정을 마친 뒤 역시 폴리텍대의 소개로 대은기업에 입사했다. 상대적으로 집안 일을 못 챙겼지만 남편도 “열심히 해보라”며 임씨를 응원했다. 임씨는 “베트남이 그리울 때는 따뜻한 한국 사람들을 생각하며 위로받는다”며 “여성 결혼이민자 중 첫 중공업 분야 명장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