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13개월 만에 달러당 1100원 선 아래로 떨어졌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가 2.4%까지 수차례 하향 조정될 정도로 경기가 침체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예사롭게 보이질 않는다. 더구나 선진국들이 많은 양의 돈을 풀고 있기 때문에 원·달러 환율은 더 떨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기조가 계속된다면 수출에 빨간 불이 켜지고 한국경제는 상당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달러 대비 원화가치가 10% 오르면 우리나라 공산품 수출 가격은 평균 2.1% 상승한다. 대표 수출 품목인 휴대전화는 4.4%, 반도체는 0.7%, 자동차는 0.1%씩 채산성이 떨어진다. 수출비중이 75~80%인 현대·기아차는 환율이 10원 하락하면 매출은 약 2000억원(현대차 1200억원, 기아차 800억원)이나 줄어든다. 환차손 등의 피해도 우려된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수출기업 160개를 대상으로 긴급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기업의 52.6%가 최근 원·달러 환율의 하락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고 답했다. 피해 유형으로는 ‘기존 수출계약 물량에 대한 환차손 발생’(49.6%)이 가장 많았고 ‘원화 환산 수출액 감소에 따른 채산성 악화’(31%), ‘수출단가 상승에 의한 가격 경쟁력 약화’(17.7%) 등의 순이었다.

물론 아직까진 견딜 만하다는 주장도 있다. 주요 그룹들은 올해 말 환율을 달러당 1060~1090원 안팎으로 예상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환율하락이 해외에서의 유동성 유입이란 외부적 요인에 의해 발생하고, 경기는 하강하고 있다는 게 문제다. 한국의 대표기업인 현대중공업이 구조조정에 들어갔고, 무디스가 25일 포스코의 신용등급을 ‘A3’에서 ‘Baa1’로 하향 조정한 상황이다. 환율방어를 위해 금리를 내리고 돈을 푸는 것도 쉽지 않다. 가계부채가 국가경제의 아킬레스건으로 부상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결국 생산성을 올리기 위한 구조조정 등이 전제돼야 한다는 결론이다. 양적완화에 동참해 거품을 재생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대선후보들은 세계적인 금융 포퓰리즘에 침묵하고 있을 게 아니라 산업계와 함께 고민을 나눠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