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과 선진통일당이 25일 합당을 공식 선언했다. 양당의 합당은 선진당이 새누리당에 흡수되는 형태로 이뤄졌다. 황우여 새누리당, 이인제 선진당 대표는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건전한 가치관과 정체성을 공유해 온 두 당이 하나가 돼 국민 여망을 받들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이로써 새누리당의 국회 의석(149석)은 선진당 의석(4석)을 더해 153석으로 원내 과반을 점하게 됐다.

양측은 충청권과학비즈니스벨트 정부투자 확대 등 충청권 7대 지역정책의 조속한 실천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1997년 새누리당의 전신인 신한국당을 탈당한 후 15년 만에 친정으로 돌아갔다.

이 대표는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당선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관심을 끄는 대목은 양당의 합당이 대선 판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다. 선진당은 충청권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때문에 새누리당은 선진당과의 합당을 통해 이 지역의 지지기반을 더욱 공고히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 1990년대 이후 대통령 선거에서 충청권에서 이긴 후보가 승리했다. 충청권은 여야 특정 정당 후보에 꾸준히 표를 몰아주지 않았다. 충청권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해온 것이다. 1992년 치러진 14대 대선 당시 김영삼 민주자유당 후보는 충청권에서 83만여표를 얻어 65만여표에 그친 김대중 후보를 제치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15대 대선에서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후보는 김종필 자유민주연합 총재와 이른바 ‘DJP 연합’을 이뤄 충청권을 공략했다. 당시 김 후보는 충청권에서 108만여표를 얻어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에 40만여표 앞섰다.

김 후보는 전국 종합 39만여표 차로 이 후보를 제쳤다. 충청권이 대선 승리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두 후보의 전국 득표율은 40.27%(김 후보)와 38.74%(이 후보)였다. 충청권 지역별 득표율은 대전 45.0% 대 29.2%, 충북 37.4% 대 30.8%, 충남 48.3% 대 23.5%였다.

2002년 16대 대선에서는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후보의 ‘행정수도 이전 공약’이 대선판을 뒤흔들었다. 노 후보가 충청권에서만 120만여표를 얻으며 95만여표에 그친 이회창 후보를 25만여표 차로 눌렀다. 두 후보 간 전국격차(57만여표)의 절반가량이 이 지역에서 벌어진 것이다. 노 후보와 이 후보의 전국 득표율은 각각 48.91%와 46.58%였다. 충청지역 득표율은 대전 55.1% 대 39.8%, 충북 50.4% 대 42.3%, 충남 52.2% 대 41.2%였다.

노 후보의 이 지역 득표율은 전국 득표율보다 높았다. 2007년 대선 땐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48.67%의 득표율로 26.14%에 그친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를 멀찍이 따돌렸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는 “영·호남은 보통 양쪽으로 나눠지고, 수도권과 강원도는 지역색이 없다”며 “역대 대선을 보면 충청이 어디로 기우느냐에 따라 대세가 결정됐다. 새누리당과 선진당의 합당은 박근혜 후보가 충청권 표심을 잡는데 긍정적인 영향을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새누리당의 핵심 관계자는 “다만 선진당이 과거 자민련과 비교하면 그 영향력이 크게 줄어든 만큼 양당의 합당이 대선에 끼칠 영향력이 얼마나 될지는 아직 가늠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홍영식/도병욱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