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ㆍWMD `족집게식 타격'…우주ㆍ사이버 대응체계 강화
국지도발 대비계획 내년1월 서명…`킬 체인' 2015년까지 구축
현정부 마지막 SCM, 한미 군사관계 총정리


한미, 北위협 전방위 대응체제 합의
미국 워싱턴에서 24일 열린 제44차 한미안보협의회(SCM)는 북한의 각종 위협에 맞서 전방위 대응 체제를 한미 양국이 구축키로 합의한 의미가 있다.

양국은 이날 북한의 위협을 4개 유형으로 분류하고 이 유형에 따른 공동 억제전략을 수립했다.

SCM에서 북한 위협을 세분화하고 대응 방안을 구체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SCM은 MB(이명박) 정부 임기 내로는 마지막 열린 것으로 현 정부 들어 논의해온 한미 군사관계를 총정리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임관빈 국방부 국방정책실장은 이번 SCM은 "북한 위협에 대비해 전방위 한미동맹 체제를 구축,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한 동맹의 수준을 한 단계 격상시키고 미래지향적 동맹 관계로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했다"고 말했다.

◇'족집게식 타격' 맞춤형 억제전략 = 양국은 북한의 위협을 ▲재래식 전면전 위협 ▲국지도발 위협 ▲비대칭위협 ▲신(新)영역 위협으로 구분했다.

이 가운데 비대칭위협과 관련된 '맞춤형 억제전략'의 개념, 적용 범위, 수단, 위협 대상, 정보공유 강화 방안 등의 이행원칙에 대해 큰 틀에서 합의를 이뤘다.

맞춤형 억제전략은 2014년까지 공동연구와 확장억제운용연습(TTX)을 마치면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미국은 이미 미국의 핵우산과 재래식 전력, 미사일방어(MD)체계 등의 확장억제 수단을 한반도에 제공하기로 공약했다.

한마디로 이 전략은 북한이 어떤 수단으로 핵을 사용할지 등의 유형을 상정하고 해당 유형별로 억제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잠수함을 이용해 핵을 사용한다면 대잠수함 어뢰와 함대지미사일 등으로 타격하고, 소형화한 핵탄두를 장착한 탄도미사일을 발사할 징후가 포착되면 장거리공대지 미사일이나 벙커버스터 등으로 지상 기지를 초토화한다는 것이다.

핵무기 투발 수단을 식별해 그에 맞는 대응 무기를 이용해 족집게식으로 타격하겠다는 전략이다.

족집게식 타격 전략은 미국이 이라크전 등에서 실행에 옮겨 그 위력이 실증된 현대전 수행 개념이다.

특히 양국이 미국의 3대 핵무기 연구시설 중 하나인 뉴멕시코주 로스앨러모스연구소에서 연례적으로 확장억제운용연습(TTX)을 실시, 맞춤형 억제전략을 도출하기로 한 것은 눈길을 끈다.

1942년 출범한 이 연구소는 1945년 7월16일 최초의 원자폭탄 실험에 성공했다.

맨해튼 프로젝트에 따라 일본 히로시마(廣島)와 나가사키(長崎)에 투하된 최초의 원자폭탄 '리틀 보이'와 '팻맨'이 그곳에서 설계됐다.

임 실장은 "미국이 한국에 핵우산을 제공하겠다고 했는데 우리가 실제 어떤 능력인지를 직접 확인할 기회"라면서 "실제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가정해서 실전처럼 해보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시설에서 TTX를 하게 되면 확장억제 개념을 구현하는 미측의 전력이 어떻게 운용되고 있는지를 이해할 수 있게 되기 때문에 우리 군에게는 맞춤형 억제전략을 도출하는데 더 없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임 실장은 강조했다.

◇공동 국지도발 대비계획 내년 1월 '빛보나' = 북한의 국지도발을 억제하기 위해 한미는 공동 국지도발 대비계획을 작성 중이다.

기본 원칙은 북방한계선(NLL)과 군사분계선(MDL) 인근에서 북한군이 도발하면 한국군이 주도적으로 격퇴하고 미군 전력도 한국군의 작전에 투입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2010년 천안함 피격 사건과 연평도 포격도발 이후 양국군의 대응 방안 차원에서 수립키로 한 이 계획은 지난해 말에서 올해 1월 사이 서명될 것으로 알려졌으나 미측의 거부감으로 지연됐다.

미측은 한국군이 접적지역 부대 지휘관들에게 공세적인 작전지휘권을 부여한 것에 대해 자칫 '확전'을 불러올 수 있다면서 난색을 표명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공세적인 한국군의 작전에 미군 전력까지 가담해 전면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감을 표출한 것이다.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미측이 최종적으로 실무 검토 작업을 하고 있다"면서 "이르면 연말, 늦어도 내년 1월까지는 서명될 것"이라고 전했다.

최근 북한이 잇따라 대북 전단 살포 장소에 대한 타격 위협을 한 것도 소극적이던 미국의 자세를 돌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우주ㆍ사이버영역 협력 강화 = 양국은 북한의 GPS(인공위성위치정보) 교란 행위를 우주영역의 위협으로 구분했다.

이번 회의에서 양국이 우주협력의 필요성에 주목하고 '국방우주협력을 위한 약정서(TOR)'를 체결한 것은 주목된다.

TOR을 토대로 우주 정책과 전략, 훈련, 인적교류와 같은 협의가 시작될 전망이다.

양국은 올해 실시된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 때 처음으로 북한의 GPS 교란 대응 절차와 위성영상 자료 활용 훈련을 했다.

내년부터 양국 국방부간 실무협의체가 연 2회 가동되면 우주영역 위협 평가와 이에 대응하는 연합훈련 방안이 구체적으로 확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군의 한 관계자는 "우주분야 협력이 강화되면 결국 북한의 핵과 미사일시설 등에 대한 미측 위성정보와 고고도 무인정찰기 수집 정보 등을 원활하게 받게 된다"면서 "정보 공유가 원활하면 미사일과 핵시설은 탐지부터 타격까지 30분 이내로 단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미 국방당국은 사이버협의체를 구성해 점증하는 북한의 사이버위협에 대응하는 공동 전선을 펼치기로 했다고 국방부 관계자는 전했다.

김관진 국방장관과 리언 패네타 미국 국방장관은 이번 SCM 회의에서 "우주 및 사이버 공간의 보호와 접근에 관한 협력을 강화하고 정보 및 우주시스템 안보 등 핵심 인프라를 증진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킬 체인' 2015년까지 구축 "MD 참여는 없다" = 양국은 한미 미사일지침 개정에 따른 후속 조치로 북한의 미사일과 장사정포를 요격하는 일련의 시스템인 `킬 체인(Kill Chain)'을 2015년까지 구축하기로 합의했다.

실시간 탐지와 식별, 결심, 타격체계를 결합한 '킬 체인'을 구축하려면 한미 간 정보 공조가 필수적이다.

군 당국은 또 북한 미사일 위협에 대비한 요격 능력 향상을 위해 저고도 방어용 패트리엇(PAC)-3를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관계자는 PAC-3 요격체계 구축과 관련, "그런 옵션도 검토하고 있다"면서 "요격 능력을 발전시키기 위해 모든 방안을 검토 중으로 자체 연구개발을 할 수도 있고 PAC-2를 업그레이드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미국의 MD(미사일 방어) 참여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이번 SCM에선 기본적으로 KAMD 체계가 논의됐다"며 "우리가 MD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은 제한적이고 참여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워싱턴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threek@yna.co.kr